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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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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뮌헨올림픽 농구 결승전에서 미국은 소련에 졌습니다. 올림픽 통산 63연승의 드림팀이었는데 왜 그랬을까요?

경기 종료 직전까지 1점 차로 이기던 미국은, 심판이 3초씩 두 차례나 경기를 연장시키면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올림픽 정신을 망가뜨린, 농구 역사상 최악의 오심이었습니다.

여야가 대선 후보 경선 규칙을 확정했습니다.

민주당은 노무현 신화를 가져왔던 '국민경선'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게 확실히 유리한 방식이죠. 비명계 주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국민경선은 (민주당의) 아름다운 전통이자 자부심이었는데 들러리 경선으로 가는 것 같아서 대단히 유감이다."

결국 김두관 전 의원은 경선 포기를 선언했고, 22대 총선 공천 때가 떠오른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국민의힘도 진통입니다.

민주당과 같은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뽑습니다. 게다가 양 당 모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뒀습니다.

다른 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를 빼고 후보를 정한다는 건데, 본선 경쟁력보다는 당심을 우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결과적으로 강성 지지층, '그들만의 리그'란 비판이 있을 수밖에요. 중도확장성이 큰 후보들이 경선에 나설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경선 포기를, 오세훈 서울시장은 역시 같은 이유로 아예 대선 출마를 접었습니다.

"자네는 나치식의 더러운 싸움을 말했네. 그렇게 싸워야 이긴다면, 자네는 승리보다 패배를 받아들이겠지."

정정당당한 전쟁을 주장하는 영국군, 클라이브 대령에게 독일인 친구 테오는 '그러면 나치에게 패배할 거'라고 충고합니다.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물론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게 이보다 우선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어본 대권 싸움에서 당의 색깔을 앞세우기보다, 본선 승리가 가능한 후보를 뽑았던 게 사실입니다.

일극체제로 불리는 민주당은, 이리하나 저리하나 큰 이변은 없을 거로 보이지만 1%의 불확실성까지 배제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국민의힘입니다.

중도에 호소해야 할 형편에 지지층 위주로 후보를 뽑는 게 최선이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자기들만의 리그에서 이겨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누구든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워야 이기는 길이 될 겁니다.

4월 14일 윤정호의 앵커칼럼, '뭣이 중헌디' 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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