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필 신임 상임 지휘자 페뤼숑
/예술의전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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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필하모닉을 지휘한 프랑스 지휘자 아드리앵 페뤼숑(42)이 능숙한 한국어로 관객들에게 말했다. 10~11일 부천아트센터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이틀 열린 연주회였다. 간단한 인사말 정도가 아니었다. “지난해 교향악 축제에서 (부천 필을) 처음 지휘하고” 같은 말들도 정확하게 한국어로 말했다.
페뤼숑은 최근 부천 필하모닉 37년 역사상 첫 외국인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다. 부천 필은 1988년 창단 이후 지휘자 임헌정과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회로 ‘클래식 붐’을 일으켰던 악단이다. 페뤼숑의 한국어 실력이 기대 이상인 이유가 있다. 팀파니 연주자 출신인 그는 2006~2016년 서울시향의 수석으로 10년간 활동했다. 서울시향 연주회에서 처음 만난 한국 소프라노 이명주(44)씨와 결혼했고, 올해는 부천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가 됐다. 단원, 남편, 지휘자라는 ‘세 겹의 인연’을 한국과 맺은 셈이다. 11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페뤼숑은 “한국과의 인연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그는 2003년 갓 스무 살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최연소 팀파니 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유럽 음악계에 먼저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이 악단의 음악 감독이 지휘자 정명훈이었다. 정명훈의 권유로 2006년부터 서울시향 팀파니 수석을 겸임하면서 한불(韓佛)을 넘나들면서 활동했다. 그는 “마에스트로(정명훈)는 우리 둘의 성(姓)을 합쳐서 농반진반으로 ‘정페뤼’라는 별명을 붙여 주셨다. 지금은 팀파니 연주자보다는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정명훈이 불러주는 무대에선 언제나 팀파니 채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프랑스 두 명문 악단의 수석이었지만 페뤼숑은 2016년 두 악단을 떠나서 지휘라는 낯선 영역에 뛰어들었다. 그는 “제 악기를 사랑하지만 팀파니 연주자로는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오페라와 성악 같은 신세계에도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음악과 뮤지컬 작곡가 에티엔 페뤼숑(1958~2019)의 장남인 그는 네 살 때 피아노를 공부하고 8~9세 때 바순을 배운 ‘만능 음악인’이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도 바순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연습 시간에 빠진 동료 팀파니 연주자 대신에 채를 잡으면서 진로를 변경했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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