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블루오리진의 준궤도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6명의 여성들이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등과 함께 캡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주복은 각자의 체형에 맞춰 제작한 맞춤복이다. 데이브 림프 블루오리진 최고경영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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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멋진 세상…10점 만점에 10점…고요와 평화…당신도 갈 수 있어….”
무중력 우주를 처음으로 체험한 여성들은 아주 짧지만 강렬했던 우주비행의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이 여성들만으로 이뤄진 팀을 꾸려 유인 준궤도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블루오리진은 14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각 오후 10시30분) 서부 텍사스 전용 발사장에서 미국 팝스타 케이티 페리 등 여성 6명을 태운 준궤도 비행체 뉴셰퍼드를 발사했다.
준궤도 우주비행이란 우주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km의 카르만라인까지 올라가 몇분 동안 무중력 체험을 한 뒤 돌아오는 비행을 말한다. 출발에서 귀환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이다.
14일 6명의 여성을 태운 블루오리진의 준궤도 비행체 뉴셰퍼드가 고도를 높이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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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됐을 때 이어 두번째로 느끼는 감정”
제프 베이조스의 약혼자 로런 산체스가 기획한 이번 비행엔 그와 페리, 시비에스(CBS) 방송 진행자 게일 킹, 나사 로켓 과학자 출신 아이샤 보우, 영화 프로듀서 케리안 플린, 베트남 출신 우주과학자 어맨다 응우옌이 함께했다. 여성만 탑승한 우주선이 발사된 건 1963년 러시아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의 단독 비행 이후 처음이다.
팝스타 페리는 무중력의 우주캡슐 안에서 루이 암스트롱의 ‘이 멋진 세상’(What a Wonderful World)을 불렀다. 동료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라고 요청하자 페리는 “지금 이 순간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며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착륙 후 캡슐에서 가장 먼저 나온 산체스는 우주 여행은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면서 “지구는 고요해 보였지만 매우 생동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험이 나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비행 중 기쁨과 감사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팝스타 케이티 페리는 이번 우주비행 경험을 “10점 만점에 10점”으로 평가하며, 이는 엄마가 됐을 때에 이어 두 번째로 느끼는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데이지꽃을 가져온 그는 “데이지는 흔한 꽃이지만,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회복력 강하고, 힘이 넘치며, 강인한 꽃”이라고 말했다.
성폭력 피해 후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응우옌은 “내가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 당신도 그곳에 도달할 수 있다”며 “모든 생존자와 꿈을 미룬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꿈이 가치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캡슐에서 나온 팝스타 케이티 페리가 우주를 향해 데이지꽃을 들어보이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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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같아”
방송 진행자 킹은 무중력 상태에 있을 때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이번 비행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해 온 그는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더 잘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자신의 두려움에 맞설 수 있어서 자랑스럽고 “이제는 정말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페리와 킹은 우주선에서 나온 후 땅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이들은 이날 비행에서 특별히 여성 체형에 맞게 설계한 우주복을 입었다. 베이조스의 약혼자로 뉴스 앵커 출신 사업가인 산체스가 5개월 전 패션브랜드 몬세에 의뢰해 각자의 체형에 맞춰 제작했다.
뉴셰퍼드는 재사용 가능한 부스터와 유인 캡슐로 구성돼 있다. 이날 뉴셰퍼드의 최고 속도는 음속의 3배, 최고 고도는 107km였으며 부스터는 이륙 7분30초 후, 승객을 태운 캡슐은 이륙 10분 후 지상으로 돌아왔다.
이날 비행은 뉴셰퍼드의 통산 31번째 비행이다. 유인비행으로는 2021년 7월 이후 11번째다. 이로써 지금까지 뉴셰퍼드의 준궤도 우주비행을 경험한 사람은 58명으로 늘었다. 4명은 두번 탑승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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