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에 생포된 2명, 키이우 기자회견…"돈 벌려고 입대했는데 완전히 속아"
"입대하자마자 소지품 뺏기고, 화장실 갈 때도 총든 병사 따라와…외국인 용병 자살도"
러시아군에 합류해 싸우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중국인 포로 장런보(27)와 왕광쥔(34)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5.4.15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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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도와 참전했다가 포로로 붙잡힌 중국인 2명이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러시아에 완전히 속았다"고 토로했다.
키이우포스트 등에 따르면 중국인 포로 장런보(27)와 왕광쥔(34)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이번 회견에서 자신들이 중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으며 자발적으로 러시아군과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틱톡 모병 광고로 참전…새벽까지 일하고 생쌀 한 줌 받아"
왕 씨는 지난해 여름 실직한 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뒤적이다가 러시아군에 합류하라는 광고를 보고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군 복무는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지기에 왕 씨는 선뜻 참전을 결심했다.
하지만 채용 담당자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입대하자마자 소지품을 모두 뺏기고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확인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스크바와 로스토프나도누를 거쳐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전방에 배치됐다. 왕 씨는 자신이 중앙아시아와 가나, 이라크 출신 외국인과 함께 배치됐다고 밝혔다. 왕 씨는 포로로 잡히기 전 러시아군이 사용한 화학무기에 노출돼 질식하기 직전이었다며 "온몸에 힘이 빠지고 기절할 것 같은 순간, 누군가가 옷깃을 잡아당기고 신선한 공기가 있느 곳으로 끌어냈다"고 회고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자신을 구했다는 의미다.
왕 씨는 "진짜 전쟁은 영화나 TV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특히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기지에서는 물도 전기도 없었고 식량 배급도 하루나 이틀에 한 번 있었다고 말했다. 새벽 4시나 5시까지 일하고 생쌀 한 줌을 받는 식이었다.
자살 사건도 겪었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한 외국인 용병이 한밤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왕 씨는 "실제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붙잡힌 중국인 포로 장런보(왼쪽)와 왕광쥔. 이들이 1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인들에게 전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2025.4.14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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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고 싶었을 뿐인데 전쟁에 휘말릴 줄은 몰랐다"
또 다른 포로 장런보는 관광 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가 러시아군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장 씨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소방관 및 구조대원으로 일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에 입국했고 처음에는 건설 쪽 일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결국엔 러시아군에 모집됐다.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장 씨는 "돈을 벌고 싶었지만 전쟁에 휘말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러시아군 주력부대 투입 전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소모하게 하는 총알받이 부대인 '스톰-Z'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참전 며칠 만에 포로로 붙잡혔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부모님은 내가 참전한 걸 모른다. 나를 TV에서 보실 수도 있으니 내가 살아있다고 전하고 싶다. 부모님이 정말 화를 내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살아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느낀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왕 씨는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우리한테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고 가짜였다"며 "러시아는 그들 주장만큼 강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그들이 말하는 만큼 뒤처지지 않았다. 전쟁에 참여해 총격이 시작되고 나면 모든 게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중국인들을 향해 전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날 두 사람은 자신의 출신 지역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인 2명이 포로로 잡혔다면서 현재 150명이 넘는 중국인이 러시아군에 복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는 "근거가 없다"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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