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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텍이 주주로부터 조달하는 자금 대부분을 자금압박에 빠진 자회사의 채무 상환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모회사도 여유가 없는 형편에서 주주 돈을 활용해 자회사 유동성을 불어넣는 꼴이라 눈총을 받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텍은 유상증자를 통해 183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증자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다.
조달한 자금 중 20억원은 시설자금, 33억원은 운영자금, 10억원은 채무상환자금, 12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사업 확장과 시설 투자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씨알케이는 오텍으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전부 채무상환에 활용할 예정이다. 오텍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씨알케이가 지난해 10월 조달한 150억원 중 잔액 100억원과 기타 차입금 상환에 120억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오텍의 주주 돈으로 씨알케이의 빚을 갚아주는 모양새다.
씨알케이는 상업용 냉동·냉장설비 제작 및 판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법인이다. 지난 2011년 오텍이 지분 50.1%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기존에는 꾸준히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갑작스럽게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손실이 각각 2651억원, 7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도 지난 2023년 11억원 대비 198억원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실적 뿐만 아니라 재무 건전성도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말 기준 씨알케이는 부채비율이 높긴 했지만, 잉여금 76억원이 쌓여있었고, 자본 잠식 상태도 아니었다.
씨알케이는 회사내 자체자금 및 자산을 통해 부채비율 개선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말 대비 지난해 부채를 일부 상환하기는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 내 자산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적자가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주면서 결국 자본잠식률 90%를 기록하게 됐다.
이렇다 보니 오텍 입장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자금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매출 20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자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씨알케이는 추가적인 차입을 일으키기에는 큰 부담이고, 사실상 기댈 곳은 모회사밖에 없다.
다만 오텍 입장에서도 선뜻 큰 자금을 내주기에는 여유가 많지 않은 편이다. 회사 내 현금이 지난해 말 연결기준 395억원이 쌓여있기는 하지만, 오텍도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이 1869억원에 달해 그룹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자회사에 지원이 쉽지 않다.
더벨은 이날 오텍 경영개선실로 연결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양귀남 기자 info@the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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