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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국 방문 직원들에 일회용 휴대폰 지급…中과 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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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휴대폰·기본형 노트북 지급토록 새 지침 내려

중국 출장시 감시 피하려 적용되는 보안 조치 '주목'

"트럼프 정부를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기 시작"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연합(EU)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직원들에게 일회용 휴대폰과 기본형 노트북을 지급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으로 가는 직원들에게만 적용되던 조치로, 미국과 EU의 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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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에 정통한 네 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EU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 춘계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집행위원 및 고위 관계자 등에게 일회용 휴대폰과 기본형 노트북을 지급하라는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새 지침에는 미국을 방문하는 모든 직원들은 국경에서 휴대폰 전원을 끄고, 기기를 방치할 때에는 스파이 방지용 특수 슬리브(주머니)에 넣어두라는 권고도 포함됐다. 미국 방문을 위한 비자가 소속 국가 여권이 아닌 EU의 외교용 여권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시도 담겼다.

이는 우크라이나 또는 중국으로 출장을 갈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EU 직원들이 양국을 방문할 때에는 러시아와 중국 당국의 감시를 우려해 표준 IT 장비의 반입이 제한된다. 같은 취지라면 EU가 미국을 잠재적인 안보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한 EU 관리는 “대서양 동맹은 끝났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는 미국을 속이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광물 자원을 얻어내기 위해 군사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유럽 안보 보장과 관련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거론하며 위협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와는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는 EU를 배제하고 있다.

이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20%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EU를 동맹으로 보고 있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U와 미국이 무역분쟁과 관련해 여러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많이 수집하느냐에 따라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서다.

미국은 국경관리 당국이 방문객의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압수하고 내용을 확인할 권한이 있다.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나 학자들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거나 관련 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된 사례도 있다. 지난 3월에도 프랑스 학자가 미국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송환됐다.

EU 집행위는 미국을 대상으로 한 보안 지침 업데이트를 인정하면서도 명시적인 지시가 서면으로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문서로 남기면 미국을 적대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벨기에 브뤼셀 지정학연구소의 루크 판 미델라르 소장은 “이번 조치는 놀랍지 않다.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다르지만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확대하기 위해 비합법적 수단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적대적 상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인 2013년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을 도청했다는 의혹을 상기시키며 “민주당 행정부도 동일한 전술을 사용해 왔다. 이번 조치는 EU 집행위가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IMF·세계은행 회의는 오는 21일~26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며, EU 집행위원회에선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경제담당 위원, 마리아 루이스 알부케르케 금융서비스 담당 위원, 요제프 시켈라 개발자원 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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