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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남의 전쟁에 한국군 끌려간다고?”...일본이 제안했다는 ‘원 시어터’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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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남중국해 전쟁작전 범위 포함
日방위상, 헤그세스 장관에 전격 제안
수용 땐 中·대만 분쟁시 韓개입 부담
日 내에서도 “설익은 제안” 비판 나와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한국 공군의 F-15K 4대, 미 공군 F-16 2대, 일본 항공자위대 F-2 4대가 투입돼 전개되는 한미일 3국 연합공중훈련 모습. <사진=미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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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의 역할을 북한 위협 대응에서 중국 패권 견제로 확장시킬 수 있는 이른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을 최근 일본 방위상이 피터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제안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원시어터는 남중국해에서 유사시 한반도를 별개 구역이 아닌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으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위협 대응에서 역내 중국 패권 견제로 확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일본이 장단을 맞춰 인·태 지역 내 패권 확장을 꾀하는 구실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15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한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을 상대로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을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볼 것을 제안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카타니 방위상은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만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원 시어터’ 구상을 전달했다. 시어터(전구·戰區)는 육상·해상·공중전이 전개될 수 있는 지리적 범위를 가리킨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당시 헤그세스 장관에게 “일본은 ‘원 시어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일본, 미국, 호주, 필리핀, 한국 등을 하나의 시어터로 인식해 협력을 심화해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나카타니 방위상 제안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에서 원 시어터 구상을 언급하며 한국·미국·일본·호주·필리핀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체제에서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제안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총리 관저 간부는 “중국이 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 범위도 넓혀야 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또 방위성 내에서는 아직 충분히 완성되지도 않은 설익은 구상을 섣부르게 제안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내용도 채우지 않았는데 ‘전역’이라는 강한 단어를 외부에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육상·해상·항공자위대를 통합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지난달 공식 출범시켰다. 다양한 상황에서 신속한 부대 운용을 이루고 미군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편이다. 특히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포함해 모든 부대를 하나의 사령부에서 통합 운용해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일본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창설에 맞춰, 미국은 주일미군을 재편해 ‘통합군사령부’를 신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주일미군의 작전 지휘권은 일본 도쿄 요코타 기지에 있는 주일미군사령부가 아닌 미국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갖고 있다.

주일미군 작전 지휘권이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에서 일본 본토의 통합군사령부로 옮겨지면 자위대와 주한미군의 지휘 통제 능력이 한층 강화된다는 설명이다.

관련해서 지난달 미 국방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롭게 설정된 ‘잠정 국방 전략 지침(Interim National Defense Strategic Guidance)’을 배포해 한국에 충격을 줬다.

지침은 중국을 미국의 유일한 위협으로 설정하고 중국 패권 대응에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있는 전략 자산들을 아시아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설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힘의 공백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스스로 힘을 키워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국 역시 주한미군의 핵심 역할이 중국 패권 대응으로 전환되는 만큼 스스로 국방력을 키워 독자적 대응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 시어터 구상이 현실화하면 한반도가 아닌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유사 시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까지 작전에 참여해 해당 분쟁에 휘말릴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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