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美국채는 중국 손에 든 ‘핵’...트럼프, 자기 곳간 태웠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관세폭탄에 치솟은 美국채금리

10년물·30년물 역사적 급등세

최선호 안전자산에 치명적 상처

변덕스러운 정책에 신뢰성 잃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미국)의 황금시대는 지금 방금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1월 20일 취임식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란 슬로건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세계 최강국 미국의 힘을 곳곳에서 휘두르고 있다.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으며 ‘팽창주의’ 노선을 노골적으로 보이는 게 대표적 사례다. ▶관련기사 4·5·6·8면

군사력만큼 압도적 경제력으로 친구, 적성국 구분 없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굴복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게 바로 ‘관세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만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을 보인다는 점만으로도 미국의 힘을 체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이외의 국가들에 가해진 충격파만큼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선 더 큰 악영향이 미국 내부를 향했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관세 충격에 치솟은 美 국채 금리=트럼프 관세가 미국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와 흉터를 남겼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핵심 지점이 바로 글로벌 ‘안전 자산’ 중 최선호주로 꼽히던 미국 국채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오전 0시 1분(현지시간, 한국시간 9일 오후 1시 1분) 직후 4.516%까지 치솟았다. 불과 하루 전 4.1% 수준이었고, 6일(현지시간)엔 3.8%까지 낮아졌던 걸 생각하면 역사적 수준의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도 지난 7일(현지시간) 오전 4.3%대였던 게 9일(현지시간) 오전 한때는 5% 선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채 30년물 금리의 최근 3일간 상승폭은 1982년 이후 가장 크고, 10년물 금리 주간 상승률은 지난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어떤 설득과 주장에도 상호관세 부과 강행을 외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부과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한 것도 미 국채 금리의 급격한 움직임 때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 조치의 이유에 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 어젯밤에 보니 사람들이 (국채 금리 상승을) 좀 불안해하더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국채 금리 급등에 제일 불안했을 사람이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었을 것이란 평가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증시에 대해선 무관심한 듯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도 국채 금리만은 예민하게 챙겨온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집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목표 중 하나가 국가 부채 감축이란 데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미 국가 부채는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24%인 35조4600억달러(약 5경736조원)에 이르고, 국채 이자로만 2024회계연도에 1조1330억달러(약 1621조원)를 지급했다. 이는 고령자 의료보험이나 국방비의 지출 규모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특히 감세 정책 시행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연방 정부 예산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상황 속에 국채 금리 하락은 필수가 된 상황이다.

문제는 손바닥 뒤집듯 명확한 근거 없이 주먹구구로 부과되는 초강력 관세 정책 탓에 ‘안전 자산’의 대표주자로서 미 국채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호 관세 유예에서도 국채 금리가 오히려 상승한 것은 미국 국채가 지닌 안전 자산 포지션 약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中 시진핑이 美 트럼프를 겨냥해 보유한 核=시장 참가자들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는 ‘관세 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카드로 자신들이 보유한 미 국채를 매도할지에 주목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론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잠재적 핵 옵션(Nuclear Option)을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벌어졌던 무역 분쟁에서도 미 국채 보유량을 줄인 전력이 있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은 격화하고 있는 패권 경쟁 속에서도 수십 년간 양국 간에 작동했던 균형추를 무너뜨리지 않는 수준에서 행동을 자제했다. ‘중국-미국 달러 리사이클링(China dollar recycling)’이라 일컫는 매커니즘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중국이 미국에 값싼 제품을 수출해 거둔 무역흑자로 인해 싼 가격으로 소비를 늘리며 풍족한 삶을 살게 되는 미국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게 된다. 대신 중국은 벌어들인 달러로 미 국채를 매입해 ‘달러 패권’과 낮은 미 국채 금리를 유지하는 게 주요 작동 원리다. ☞5면으로 계속

신동윤 기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