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美에 교도소 빌려준 엘살바도르 대통령, 트럼프와 ‘화기애애’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국내 ‘범죄와의 전쟁’ 강경행보 부켈레 대통령

美서 85억원 받고 불법이민 추방자 수백명 수용

트럼프 “멋진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돼 감사” 극찬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켈레 대통령에게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들을 수용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2025.04.15. 워싱턴=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쿨(cool)한 독재자’를 자처하는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브로맨스’를 펼쳤다. 강경한 ‘범죄와의 전쟁’을 펼친 부켈레 대통령과 ‘불법 이민자 추방’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엘살바도르가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를 수용해 준 것에 감사하다며 “환상적인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남미 갱단 조직원으로 지목된 불법 이주민을 수백 명을 대거 엘살바도르로 추방하자,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600만 달러(약 85억 원)를 받고 이들을 악명 높은 교도소인 ‘테러범 수용센터’(CECOT)에 수용했다. 미국의 ‘교도소 아웃소싱(외주화)’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취임 후 군대까지 동원해 강경한 범죄조직 소탕에 나서며 주목받았다. 그가 2022년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마노 두라(mano dura·철권 통치)’ 작전을 시작한 뒤 엘살바도르 전체 갱단원의 4분에 3에 이르는 약 8만 명이 교도소에 수감됐다. 수감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컸지만 한때 ‘세계 최악’이었던 엘살바도르의 치안을 빠르게 안정시키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켈레 대통령에게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체류자들을 수용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2025.04.15. 워싱턴=AP/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켈레 대통령에게 환영 인사를 건네며 “‘지옥 같은 대통령’을 가진 엘살바도르 국민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과 함께 일하게 돼 감사하다”라며 “당신은 범죄를 막길 원하며 우리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우리는 미국의 범죄, 테러 문제를 돕고 싶다”며 “사람들은 내가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뒀다고 말하는데 다르게 말하면 시민 수백만 명을 해방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트럼프가 “아주 좋다”라고 호응하며 “누가 그런 대사를 써줬냐” “내가 좀 사용해도 되냐”고 말하자 배석했던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팸 본디 법무장관 등 배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주요 정책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놀라운 일을 하고 있다. 불법 이민의 95%가 감소했는데 왜 그 수치가 언론에 나오지 않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보성향 방송사인) CNN은 우리나라를 싫어하기 때문에 좋은 수치를 내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호응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운동경기 참여를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네는 남성이 여성부 경기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하냐”고 묻자 부클레 대통령은 “그건 폭력”이라고 했다. 또 엘살바도르 내각 구성원 상당수가 여성인 것을 언급하며 “모두 각자의 능력으로 장관직에까지 오른 사람들”이라며 “절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에 따른 채용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향해 “엘살바도르 국민은 멋진 대통령이 있다”, “매우 젊었을 때부터 알았는데 (아직도) 10대처럼 보인다”라는 덕담도 건넸다.

CNN 소속의 케이틀린 콜린스 기자가 ‘행정 오류로 부당하게 추방된 일부 이민자를 연방대법원이 판결한 대로 미국에 돌려보낼 것이냐’고 질문하자 부클레 대통령이 “얼토당토않은 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떻게 내가 테러리스트를 미국으로 밀입국시키느냐”라며 “내겐 그럴 권한이 없다”라고 면박을 줬다. 해당 질문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CNN은 늘 틀리기 때문에 먼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 대신 해당 질문에 대답한 본디 장관은 “엘살바도르가 송환을 원한다면 미국은 도울 것, 즉 비행기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불법 이민자이기 때문에 이건 엘살바도르에 달린 문제지 우리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