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미국발 'R의 공포'에 정유업계 비명…유가 하락에 혹한기 오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8년간 영업이익률 평균 1.6%…'무관세' 유지에도 수요 둔화 우려

대한석유협회, 원료용 중유 개소세 면세 등 제안…"정책적 배려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한 'R의 공포'(경기침체 공포)가 짙어지며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초기만 하더라도 석유 수요 증가와 관세 효과 등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되레 리스크가 커지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대한석유협회는 15일 '석유산업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설명회를 열고 "미국 상호관세, 중국 경기침체 장기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돼 올해 정유업계의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미국 상호관세 발표 이후 국제유가는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브렌트유는 지난 7일 배럴당 62달러까지 15% 급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6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브렌트유 가격을 올해 배럴당 68달러, 내년 61달러로 작년과 비교해 각각 13달러, 19달러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트럼프 정부가 석유제품에는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세계 경기 위축에 따라 석유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협회는 "미국 관세정책은 글로벌 무역과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불확실성을 높이고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을 촉발했다"며 "국내 정유업계에 수출 감소, 마진 악화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대한석유협회 '석유산업 현황과 과제' 설명회
[촬영 한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OPEC플러스)가 5월부터 하루 41만1천배럴 생산 증대를 발표함에 따라 공급과잉 우려도 커졌다. 이는 기존 계획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부의 캐나다산 원유 관세 부과로 국내 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기대도 꺾였다. 트럼프 정부가 캐나다산을 비롯한 원유에 대해 상호관세를 면제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또한 하락하는 추세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값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2023년 평균 배럴당 3.1달러에서 2024년 1.4달러로 하락한 뒤 올해 1∼2월에는 -0.1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 총 1천904억원의 적자를 봤다.

국내 정유업계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2022년 6.4%에서 2023년 1.4%, 2024년 -0.1%로 하락하는 추세다.

협회는 "2007년부터 18년간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1.6%로, 박리다매 저마진 수준"이라며 "올해도 저조한 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 제공. DB 및 재판매 금지]


협회는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원료용 중유 개별소비세 면세,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대기업 적용,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부과금 형평성 개선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선 협회 회장은 "전 세계가 관세 전쟁이 돌입하는 상황에서 국내 정유산업이 혹한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 없이는 독자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주요 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