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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너가 내라"…항공사·제조사 다투더니, 결국 소비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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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혼란에 항공업계 긴장 고조

라이언에어 CEO "보잉 항공기 인도 지연 가능"

델타항공, 유럽 에어버스 항공기 주문 연기

"관세 부과 비용, 항공권 구매 소비자에 전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여파에 따라 제조사와 항공사 간의 관세 부담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가 2025년 2월 5일 리스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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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보잉 항공기 인도를 지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리어리 CEO는 “만약 해당 항공기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인도를 연기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언에어는 오는 8월부터 보잉으로부터 항공기 25대를 인도받을 예정이지만, 실제로 해당 기체가 필요한 시점은 내년 3~4월”이라며 “(관세 부과)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인도를 늦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리어리 CEO 이러한 발언은 항공기 수입에 부과된 10% 관세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거래를 위협하고, 이미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F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 관세 정책은 중국 외 국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항공기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여기에 항공기의 핵심 소재인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각각 25%의 기존 관세가 적용된다. 지난주 EU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유예한 상태다.

에드 배스천 델타항공 CEO 역시 유럽 에어버스로부터 도입 예정인 광동체 항공기의 주문을 미루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항공기 가격에 추가 비용이 붙기 시작하면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우리는 관세를 낼 수 없다는 점을 에어버스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항공 컨설팅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올해 에어버스의 유럽 공장에서 광동체(와이드 바디) 항공기를 10대 인도 받을 예정이다.

오리어리 CEO는 관세 부담의 책임을 두고 제조사와 항공사 간에 “심각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항공사들은 제조사가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반대로 제조사들은 항공사가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FT에 “관세는 수입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는 법적으로 항공사가 수입자니깐 제조사가 아닌 항공사들이 관세를 납부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항공사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준야오항공은 불확실성 때문에 보잉 787 항공기 인도를 지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에 취약한 상황에 처했다. 항공기 및 부품의 완제품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지는 동시에 미국 내에서 제조되는 항공기도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간접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은 아시아, 유럽, 미국 전역에서 조달된다.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와 보잉 양측 모두 전 세계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프랑스의 사프란은 보잉에 착륙장치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의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는 에어버스 A350 기종의 착륙장치 구성품을 제작한다. 엔진 분야에서도 미국 GE 에어로스페이스와 프랑스 사프란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은 보잉 항공기에 장착되는 리프(LEAP) 1B 엔진을 공동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철강 및 알루미늄 등 기존 관세에 따른 행정업무가 이미 대폭 증가했으며 부품별 무게와 원산지를 모두 제출해야 하는 등 실무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롭 모리스 항공 컨설팅업체 시리움의 글로벌 컨설팅 국장은 “항공기 가격의 10%에 해당하는 관세는 업계에 상당한 부담”이라며 “델타항공은 2025년에만 1억5000만 달러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항공업계 CEO는 FT에 “관세가 실제 어떻게 부과되고 계산될 것인지에 대해 아직도 많은 질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며 “결국 그 비용은 항공권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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