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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이민 축출에 정부조직 총동원령 내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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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지구얼굴 바꾼 인종주의> 저자]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지구촌을 향해 ‘관세폭탄’을 연일 터트리자 세계경제가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그 난리통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지만 트럼프가 행정조직 총동원령을 내리고 불법이민 색출-축출작전을 벌이느라 미국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바이든이 임시체류를 허용한 전쟁-경제난민까지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쫓아내라는 추방령의 서슬이 시퍼렇다. 축출위기에 몰려 떨고 있는 대상자가 줄잡아 1,400만명이라고 한다.

미국은 미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더 나은 삶의 영위라고 할 수 있다며 ‘아메리칸 드림’을 자랑한다. 그것도 출신배경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그 꿈은 동등한 기회와 자유에 대한 신념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이 지칭하는 유색인한테는 자유와 희망을 약속하는 땅이 아니다.

미국은 얼굴색이 하얀 앵글로 색슨 족의 혈통으로서 개신교를 믿는 이른바 ‘와스프’(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s)의 나라다. 러시아계 유태인인 이스라엘 쟁윌이 1909년 미국을 다양한 종교, 문화, 인종을 녹여내는 도가니(Melting Pot)라고 말했다지만 그것은 유럽계 백인에게나 해당한다.

미국은 인종청소 차원에서 원주민 소탕전을 벌였고 흑인노예 해방을 둘러싸고 내전까지 벌인 나라다. 또 법제화를 통해 중국인을 색출, 축출한 나라다. 그럼에도 미국은 새로운 삶터를 찾아 세계를 헤매는 유랑민들에게는 희망의 나라다. 이민국가 미국이 인종차별은 심해도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사회이고 일자리도 많으며 땅도 넓어 불법이민자들이 숨어살기에도 용이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미국이 국경선을 따라서 장대한 장벽을 세우며 그들의 잠입을 막고 있다. 미국사회의 기저층을 형성하고 있는 그들이 미국인들이 기피하는 온갖 허드렛일을 싼 품삯에도 마다않고 도맡아서 해낸다. 그런데도 나가라는 고성이 요란하더니 색출-축출령이 떨어져 살벌하기 그지없다. 오갈 데 없는 그들이 쫓겨나지 않으려면 은신처를 찾아 어둠 속에 숨어 숨을 죽이고 살아가는 도리 밖에 없다.

김영호(<지구얼굴 바꾼 인종주의> 저자)가 미국의 불법이민 추방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아래와 같은 글을 주2회씩 모두 8차례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편집자

꿈의 나라로 가는 죽음의 길

(1) 불법이민 축출에 정부조직 총동원령 내린 트럼프
(2) 이주자를 적성국 침입자로 여긴 트럼프의 소탕전
(3) 대통령 잘못 만나 탈출행렬에 뛰어든 나라의 설움
(4) 국경 넘으려면 목숨과 돈을 걸어야 길이 열린다
(5) 미국에서 어린자식마저 잃고 쫓겨난 불법이주자들
(6) 150년 전에 법제화 통해 중국인 강제 축출한 미국
(7) ‘중국놈’이 백인과 결혼했다는 분노가 축출의 빌미
(8) 150년 전에도 중국인 잠입 막으려 남북국경 봉쇄

▲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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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2025년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헌법과 이민-귀화법에 따라 국토안전부, 법무부, 국무부는 미국 남부국경선을 넘어오는 불법외래인들을 즉각 검거, 축출하기 위한 모든 필요한 조치를 강구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것은 전행정력을 동원하여 국경을 봉쇄하라는 뜻이다.

또 학교, 병원, 교회를 성역(Sanctuary)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쳐 망명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사사했다. 거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침입’(INVASION), ‘불법외래인’(ILLEGAL ALIENS)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이민, 이민자, 이주, 이주자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외국인은 외부에서 침입한 범죄자로 간주한다는 소리다.

트럼프는 외국이주자에 대한 초강경 반이민정책은 마약, 테러와 같은 중범죄로부터 국가안보와 공중안정을 지킨다는 국가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불법이민에 따라 발생하는 행정력과 세금낭비를 막겠다는 뜻도 담겼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종적 편견이 깔려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국토안전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는 뉴욕 국제무역센터 공중폭파사건인 2001년 9/11 직후 탄생했다. 국토안전을 위해 정부조직에 산재되어 있던 불법이민, 마약밀수의 예방-방지와 관련한 유관기능-기관을 통-폐합하여 만든 정부부처다. 설립목적은 미국의 국경을 넘어오는 국가안보와 공중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이민과 마약밀수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국토안전부가 불법이민의 단속, 검거, 추방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국토안전부는 직원이 24만명이 넘고 연간예산도 500억달러가 넘는 방대하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조직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2024년 세계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일본의 방위비가 502억달러다. 예산규모만 보더라도 그 조직이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된다.

그 산하에는 10개가 넘는 기관이 소속되어 있다. 그 중에서 ICE(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민관세단속청)가 가장 막강한 권한과 방대한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ICE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국에 입국하여 체류하는 이주자들을 색출, 검거, 제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여기서 제거는 강제축출을 의미한다.

트럼프 1기행정부는 2017년 1월 20일 출범 첫날 불법이민 추방령을 내린 데 이어 ICE의 인력규모를 2배로 증원했다. 그로써 ICE는 2만명의 인력을 보유한 거대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났다. ICE는 미국 전역에 구치소 21개, 사무소 400개를 운영하는 한편 해외에도 53개국에 80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 ICE는 두 개의 강력한 집행기관을 산하에 두고 있다. 하나는 HSI(Homeland Security Investigations-국토안전수사대)이고 다른 하나는 ERO(Enforcement and Removal Operations-단속이동기동대)다. HSI는 주로 마약밀수와 같은 국가간의 범죄를 전담하나 마약과 관련한 조직범죄는 불법이민과 연관성이 많기 때문에 불법이민을 단속한다.

수사기능을 가진 HSI는 1만3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FBI(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연방수사청) 다음으로 크다. ERO는 불법이주자를 체포, 억류, 추방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ERO는 강제집행 작전을 벌여 범죄활동과 연관된 불법이주자를 체포한다. 또 그들을 억류하는 구치시설을 운영하며 강제로 추방한다.

ERO는 USBP(U.S Border Patrol-미국국경순찰대)가 체포한 불법입국자를 인계받아 구금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ERO는 불법이주자를 일단 구치소에 억류한 상태에서 추방절차를 밟는다. 미국전역에 산재한 구치소는 모두 3만4,000개의 침상을 갖추고 있다.

수용시설이 제한적이기도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수용인력이 포화되지 않도록 구금자들을 지체 없이 추방한다. 그것은 또한 수감자의 불만제기를 막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트럼프 1기행정부 시기에는 수감자가 한 때 최고 5만2,500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것은 수용능력을 초과하여 검거했다는 소리다.

대통령 트럼프는 2025년 1월 20일 취임 첫날 불법이민을 ‘침입’으로 규정하고 연방기관간의 긴말한 협조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에 따라 법무부 산하기관으로서 총기범죄, 폭탄테러, 방화사건 등을 수사하는 ATF(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주류, 담배, 화기-폭약단속단)의 수사요원 2500명 중에서 80%를 불법이민 단속업무에 투입했다.

국토안전부 산하의 USSS(United States Secret Service-비밀경호처)는 대통령 등 요인경호, 위조화폐 방지-수사, 신분위조 범죄, 금융거래와 관련한 사이버 범죄수사 등을 담당한다. 그런데 트럼프 2기행정부가 USSS 요원 2,500명도 불법이민 추적-체포업무에 투입했다. 국가간의 범죄를 수사하는 HSI(국토안전수사대)도 아동성범죄 수사요원을 불법이민 단속업무에 재배치했다.

법무부 산하기관으로서 마약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마약단속대)는 업무의 25%를 불법이민단속에 투입했다. 세금탈루와 금융범죄를 수사하는 IRS(국세청)도 불법이민, 마약밀수와 관련한 범죄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거래를 추적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트럼프 2기행정부가 출범한 사흘째인 1월 22일 법무부는 연방검찰에 보낸 내부공문을 통해 범법행위를 저지른 불법이주자를 조속히 기소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에 따라 연방검찰의 관련업무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경찰의 불법이민과 관련한 수사-체포업무도 당연히 크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국경지대에는 국토안전부 산하의 CBP(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세관국경보호청) 소속으로 2만3,000명이 넘는 병력을 보유한 USBP(미국국경순찰대)가 경계-순찰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불법이민 단속기관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USBP는 2024년 창설 100주년을 맞았다. USBP는 9/11 테러공격을 계기로 군사화-무기화가 이뤄졌다.

거기에 더해 트럼프가 불법이민과 마약밀수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멕시코 접경지대에 전투병력을 투입하고 있다. 남부국경지대에는 9,200명의 전투병력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4,200명은 연방군이고 나머지 5,000명은 주방위군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월 국방부가 남서부국경지대에 82공수사단과 10산악사단의 전투병력 5,000명을 투입할 단계라고 보도했다.

이어 3월 CNN이 전투병력 3,000명을 추가로 파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거기에다 해안경비대(United States Coast Guard)가 해로를 통한 불법이민과 마약침투를 경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도미사일이 탑재된 해군(U.S Navy) 구축함까지 동원해서 해안지대의 경비를 강화한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또 해병대원 500명을 파견한다고 보도도 뒤이었다.

트럼프의 취임이전에는 불법이민 단속은 국토안전부 산하의 ICE(이민관세단속청)과 CBP(세관국경보호청)이 전담했었다. 다른 정부기관들은 불법이민 추방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FBI(연방수사청), DEA((마약단속대), ATF(주류, 담배, 화기-폭약단속단) 등 연방수사요원들을 본연의 업무가 아닌 불법이민 단속에 재배치함으로써 미국사회의 일각에서는 안보-치안의 행정공백을 우려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행정부 출범이후 ICE는 50일간 불법이주자 3만2,800명을 체포했다. 그에 따라 구금시설 수용인원이 4만7,600명으로 늘어나 수용능력을 넘어섰다. 그에 대한 대응책으로 쿠바 관타나모 미국해군 기지에 대형텐트 195개를 설치했다. 그 이외에도 그곳에는 해상을 통해 잠입하는 불법이주자를 감금하는 별도의 수용시설도 갖추고 있다.

미국은 9-11 테러공격 직후인 2002년 그곳에 테러용의자 구금시설을 만들어 한때 780명 이상을 수감했었다. 그곳은 수감자들에게 비인간적인 추행, 폭행, 고문을 자행하여 한 때 국제사회에서 악명이 높았었다. 월스트리트 저널 2월 4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관타나모에 수용규모 3만명의 감금시설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의 초강경 반이민 정책이 일단 미국으로 가는 길을 가시밭길로 만드는 데는 성공하는 듯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USBP가 검거한 불법월경 시도자가 2023년 12월 22만5,000명이었으나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2024년 작년 12월 4만7,330명으로 줄었고 트럼프 2기행정부 출범이후인 2025년 2월 8,347명으로 격감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금년말에는 불법월경 시도자 검거건수가 1967년 이래 최저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추방대상 이주자가 1,400만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임시체류 허가취득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모든 외국인 체류자를 추방대상으로 간주한다는 소리다. 그 중에서 멕시코가 400만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엘살바도르 75만명, 인도 72만5,000명, 과테말라 67만5,000명, 온두라스 52만5,000명, 중국 37만5,000명 등이다. 한국도 대상자가 11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추방대상자 중에서 40%는 임시체류허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 150만명은 2022~2024년 허가를 받았다. 나머지 60%는 불법적 체류자다. 그들의 상당수는 조국에서 온전한 삶터를 마련하지 못한 까닭에 미국행을 결행한 이들이다. 거개가 미국에서 추방되어 모국으로 돌아간들 의지할 곳이 없다. 결국 많은 이들이 어둠 속에 숨어서 숨을 죽이고 살아가는 도리 밖에 없을 듯하다.

약속의 땅으로 알고 그곳까지 갔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무지개처럼 멀어만 지고 있다.

[김영호 <지구얼굴 바꾼 인종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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