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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국가 첫날…韓美과학계, 연구협력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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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5일부터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정한 민감국가가 됐다. 지난 1월 리스트에 오른 이후 3개월이 지나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이날을 전후로 국내 연구기관들은 일제히 미국 측과 협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원자력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는 기초 핵물리학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기초연구부터 응용연구까지 다양한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주한규 원자력연 원장은 지난 14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를 방문해 폴 컨스 소장과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주 원장은 연구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연에 나서 한미 원자력 연구개발 파트너십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MOU는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가 '원자력 기술 유출 시도'라는 추정이 나오는 와중에 맺어졌다. 일각에서는 민감국가 지정으로 국내 연구자들이 미국 측 연구소에 방문할 때 까다로운 신원 조회를 거쳐야 하는 등 협력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원자력연 측은 민감국가 지정이 아직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원자력연 관계자는 "이번 MOU도 2014년에 이미 아르곤국립연구소와 맺은 MOU를 다시 연장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잘 협업해온 만큼 앞으로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도 이날 '한미 핵융합 연구 협력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국립연구소, 프린스턴플라스마물리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핵융합연 관계자는 "앞으로 더 구체적이고 원활한 연구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고, 조 스나이프스 프린스턴플라스마물리연구소 부본부장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형 핵융합 연구로(KSTAR) 공동연구 사업에 매년 400만달러(약 6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한국과 연구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오영국 핵융합연 원장은 "양국이 핵융합 상용화를 향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면서 "앞으로도 공동연구와 제도적인 연계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 우주항공청은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제4차 한미 민간우주대화'를 열고 우주 협력 강화에 나섰다. 이번 민간우주대화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최초로 개최한 공식 고위급 양자 우주대화다. 이번 민간우주대화에서는 지난해 우주청 개청 이후 처음으로 양국의 외교·우주 당국이 공동 수석대표를 맡았다. 한국 측에서는 외교부, 우주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이,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 상무부, 항공우주국(NASA) 등이 참가해 양국의 우주 정책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문제될 만한 핵 활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은 행정 착오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와 정출연이 하던 대로 한다면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관계 부처가 미국 에너지부와 국장급 실무협의 등 적극적인 교섭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 내부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민감국가 지정 해제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들도 과거에 민감국가로 지정됐다가 해제된 적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에도 결국에는 해제가 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는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듣지 못한 모양새다.

[최원석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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