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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에 125%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 판도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틈을 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한겨레가 미국의 상호관세 행정명령과 자동차 관세 포고령 등을 분석한 결과, 미국은 지난 9일(현지시각)을 기점으로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이온배터리에 155.9%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이는 모든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에 기본적으로 부과되던 3.4% 관세에 지난해 바이든 정부가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배터리에 부과한 관세 7.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20%에 상호관세 125%를 더한 것이다. 통상법 301조에 따른 7.5% 관세는 내년 1월부터 25%로 상향될 예정이라,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에 붙는 관세는 173.4%까지 뛸 전망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미국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금수(embargo) 조처에 가까운 고율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 셈이다. 상하이금속시장(SSM) 등 자료를 보면, 최근 일주일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가격은 용량에 따라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37∼49달러 수준이다. 삼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국내 배터리 3사 평균 셀 가격이 100∼150달러다. 국내 이차전지 업계도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쫓아가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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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중 양국 간 강대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 한 이차전지 업체 고위 관계자는 “소재부터 셀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수직계열화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쫓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170%에 이르는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 업체도 미국 시장에서 중국 업체와 경쟁해 볼 만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 기업 문을 두드리는 미국 업체가 늘고 있다. 고객사를 밝힐 수 없어 익명을 요구한 한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 부과 이후 미국 현지 세일즈 부서 쪽으로 수주 관련 문의나 요청이 급증했다”고 귀띔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기회를 붙잡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전기차 캐즘 국면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터다. 엘지(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 중 미국 미시간주의 홀랜드 공장에 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가동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가동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에스케이(SK)온도 올해 안으로 북미에서 에너지저장장치용 리튬인산철 배터리 공급 계약을 수주하고, 현지에 생산 설비를 구축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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