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한국과 다음 주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히고 먼저 협상하는 나라가 유리하다며 빠르게 움직일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중국 포위'를 위해 협상 우선국으로 삼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이 서두르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에 나선 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 초점이 중국에 맞춰진 가운데 동남아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미국의 "일방적 괴롭힘"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흑자국인 중국이 미국보다 무역전쟁에서 버틸 여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베센트 장관은 14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상호관세를) 일시 정지했고 우린 가장 중요한 무역 상대방들과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지난주엔 베트남, 수요일(16일)엔 일본, 다음 주엔 한국"과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이날 앞서 일본이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난 우리 동맹들에 이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선점자가 유리하다(first mover advantage)"고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대개 협상을 먼저 성사시키는 사람이 가장 좋은 협상을 확보한다"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상호관세 유예 기간 내 얼마나 많은 나라들이 협상을 체결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많은 나라들"과 협정이 가능하고 "실제 무역 (협정) 문서가 아니라도 원칙적 합의를 할 예정이며 거기서부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협상국들 중국에 "한 집단으로 접근 해야"…시진핑, 베트남서 미 관세 "공동 대응" 촉구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엔 145%의 무거운 추가 관세를 매기고 나머지 국가들엔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그 기간 10% 보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미국의 무역 전쟁 목표물이 중국으로 좁혀졌다. 베센트 장관이 인터뷰에서 베트남, 일본,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으로 지목하고 협상을 재촉하는 것도 중국 주변국을 공략해 중국을 포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베센트 장관이 무역 협상 우선 대상으로 한국, 일본, 인도, 호주, 영국을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중국과 다른 나라들이 협력하려는 시도를 경계 중이다. 베센트 장관은 지난 9일 미국과 무역 협상을 시도한 70개국이 "한 집단으로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센트 장관은 14일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관세 장벽을 세웠다고 해서 그들(중국)이 생산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 상품들은 어딘가(다른 국가)로 가게 된다"고 강조했다.
베센트 장관은 다만 현재 양국이 서로에게 부과하고 있는 100% 이상의 관세율 관련 "아무도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이 수준이 유지되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매우 좋은 관계"라고 언급했다.
중국은 주변국과 적극 협력을 모색 중이다. 시 주석은 올해 첫 국외 순방지를 동남아시아로 택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갖고 "일방주의와 괴롭힘 행위"에 대한 "공동 반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베트남은 경제 세계화의 수혜자"라며 "세계 자유무역 체계 및 산업·공급망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관세를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비판 중이다.
시 주석은 베트남에 이어 18일까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도 방문한다.
"중 수출 감소보다 미 물품 부족이 대응 어려워…무역전쟁 중국이 유리"
미·중 관세 전쟁으로 양쪽 모두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이 이를 버틸 만한 기반을 더 잘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스마트폰, 컴퓨터,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하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 품목은 미국의 중국 수입 규모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덤 포센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9일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이 논리(베센트 주장)는 틀렸다. 이 무역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라며 "미국은 당장 대체할 수 없거나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국내에서 만들지 못하는 필수품을 중국에서 공급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의약품 재고, 저렴한 전자칩, 중요 광물 등 필수품을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거나 충분한 국내 생산을 확보하기 전 무역을 중단하는 것은 극도로 무모하다"고 분석했다.
포센 소장은 트럼프 정부 논리대로 무역 흑자에 집중하더라도 무역 전쟁은 "흑자 경제", 즉 중국에 더 유리하다고 짚었다. 미국이 겪을 물자 부족에 비해 수출 감소로 인한 "돈" 부족이 "지출 절감, 다른 판매처 찾기, 부양책을 통해 저축 줄이기" 등 대응책을 찾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에 "심각한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에 팔던 것들은 국내 혹은 다른 나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패하는 패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 기드온 라크만은 "세계 에어컨의 8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미국이 수입하는 선풍기의 4분의 3이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올 여름이 덥지 않길 바라야 할 것"이고 "미국이 수입하는 인형과 자전거의 75%가 중국산이기 때문에 백악관은 크리스마스까진 무역 전쟁이 끝나길 바랄 것"이라며 결국 대중 관세 면제 품목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라크만은 중국 수출 중 미국 비중은 14%로 경제에 위협이 될 수준까진 아니며, 중국이 전투기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미국 채권, 항생제 원료 등 미국에 대해 "정말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 뒤 양국이 체결한 협정문을 보며 손을 맞잡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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