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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목)

“제주 해녀가 새벽에 딴 물건”…한달간 40만명 찾은 이곳, 특별한 장보기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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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 식품관
유럽 부티크 식품관에 온듯
가성비 프리미엄 상품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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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오부시(가다랑어), 키조개 관자, 보리새우, 채소 넣어주세요. 멸치는 빼고요.”

고객이 이같이 주문하자 ‘발효곳간’ 직원이 즉석에서 재료들을 꺼내 가루로 빻아 육수 티백을 만들어준다.

바로 옆 ‘쌀 방앗간’에선 고객들이 원하는 맛과 식감을 설명하자 직원이 현미부터 3·5·7·9분도, 백미 형태로 즉석 도정해 초정밀 맞춤형 쌀을 내놓는다.

국내 어느 마트에서도 접하기 힘든 풍경이 매일매일 펼쳐지는 이곳은 다름 아닌 ‘신세계마켓’이다. 올해 2월 말 문을 연 신세계마켓은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 600평 규모 공간에 마련된 식료품 매장이다. 기존 식품 매장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완벽하게 변신했다.

1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문을 연 신세계마켓은 오픈 이후 한 달 동안 방문객 40만명을 돌파했다. 매출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34% 늘어났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상품과 서비스에 힘입어 결제 건당 평균 구매액(객단가)도 작년의 1.5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 ‘럭셔리 끝판왕’
신세계마켓을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오직 이곳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단독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 수입 그로서리 존에는 30여 종의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이 한국 최초로 자리를 잡았다.

무엇보다 유럽을 대표하는 식품관인 프랑스 봉마르셰 백화점의 ‘라 그랑드 에피세리’를 통째로 옮겨온 듯한 상품 구성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럭셔리 오일 브랜드 ‘사보이성스’ 제품 50여 종을 비롯해 이탈리아 인기 초콜릿 ‘바니니’, 프랑스 유기농 초콜릿 ‘르 쇼콜라 드 프랑쉐’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의 상징과도 같은 해러즈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영국 왕실 초콜릿 ‘샤르보넬 워커’, 프리미엄 케첩 ‘스톡스’ 등도 현지와 거의 동일하게 자리 잡았다. 호주 멜버른 3대 커피로 유명한 ‘마켓레인’이나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수작업으로 수확해 만든 향신료 ‘떼르 이그조틱’은 신세계마켓 오픈 이후 품절 대란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 ‘타르투플랑게’의 고급 생트러플, 프랑스 최초 캐비아 브랜드 ‘프루니에’의 캐비아 등 럭셔리 진미가 즐비하다.

■ 가성비 상품 풍성
신세계마켓은 강남권에 거주하는 고소득 소비자 외에도 지방 고객이나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 고속터미널을 낀 강남의 거대 상권이기 때문이다. 비서울 고객 비중이 42.4%에 달한다. 따라서 다양한 가격대와 콘셉트의 상품과 서비스를 마련했다.

제주도 어촌계 10곳과 협업해 만든 자체 브랜드 ‘해녀의 신세계’는 프리미엄 해산물의 새 지평으로 꼽힌다. 제주도 해녀들이 매일 4~5시간씩 물질해서 수확한 해산물은 곧바로 항공을 통해 신세계마켓에 도착한다. 제주에서 새벽에 수확한 먹거리를 오후 3~4시면 매장에서 구매 가능하다. 약 2년간 100여 차례 산지를 방문하고 해녀마을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다.

제철 과일이나 채소 등은 품질 대비 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높였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포도, 참외, 토마토 등 대표적인 먹거리의 경우 백화점 식품관치고는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마켓은 메인 계산대 옆 공간에 VIP 라운지를 마련했다. 백화점 식품관에 별도 라운지를 마련한 건 국내 최초다. VIP 고객은 이곳에서 원스톱 계산·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차량을 가져오면 직원이 상품을 트렁크에 실어준다.

■ 고객이 원하는 대로
신세계마켓이 국내 다른 식품관과 가장 다른 특별한 점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와 용량을 말하면 그대로 맞춰주는 이른바 ‘초개인화’ 트렌드가 이곳에선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산하 한식연구소가 직접 만든 전통 음식 브랜드 발효곳간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가다랑어·디포리·멸치부터 고급 식재료 보리새우·키조개 관자·참게 등 21개 천연 식대료가 구비돼 있다. 이 가운데 원하는 재료를 골라 담으면 ‘나만의 육수’를 만들어 구매할 수 있다. 강남 상권의 ‘큰손’ 고객들이 몰리자 발효곳간 매출은 전년 대비 20배나 급증했다.

양곡 코너의 쌀 방앗간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식감이나 영양도를 말하면 그에 맞춰 쌀을 도정해 판매한다. 전문가 ‘밥 소믈리에’ 직원에게 주문하면 10분 만에 완성이다. 즉석에서 떡도 만들어준다. 도정 서비스를 도입한 뒤 쌀 코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나 올랐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5㎜가 채 되지 않는 쌀 한 톨에도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치즈를 잘라 판매하는 ‘치즈바’는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치즈 매출을 4배나 끌어올렸다. 종류별로 풍미가 다른 갖가지 치즈를 섣불리 통째로 사 먹기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의 고민을 고려했다. 꿀과 커피도 원하는 만큼 소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소분 서비스를 더하니 매출이 각각 2.5배 뛰었다.

■ 공간의 미학
기존 백화점 진열의 전형적인 공식을 파괴한 세심한 공간의 미학도 자랑거리다. 신세계마켓은 낮과 밤, 또는 외부 날씨에 따라 매장 내 조명 조도를 세심하게 조절한다. 흐린 날에는 조명을 밝혀 분위기를 띄우고, 밝은 날에는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식이다.

업계 최초로 ‘사선 진열장’도 도입했다. 일자 형태로 획일화된 직사각형 진열장과 달리 크리스마스트리 모양 사다리꼴 진열장이다. 진열장 맨 위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갈 때마다 바깥으로 더 튀어나와 여러 상품이 한눈에 들어온다.

매장 곳곳에는 상품과 연계된 조리법도 마련돼 있다. 예컨대 올리브오일과 레몬을 판매하는 곳에는 ‘올리브 레몬샷 디톡스’ 만드는 법 등이 제공된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신세계마켓은 다양한 쇼핑 경험이 결합된 상징적인 미식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로 글로벌 백화점의 위상에 부응하는 초격차 경쟁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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