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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트럼프, 엔비디아 저성능칩 中수출 제한…미중 무역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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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이던 H20칩 당국 사전허가 통보

희토류 수입 국가안보영향 조사 지시

美, 中 보복에 고강도 압박카드 총동원

미 정가 “美 상장된 중국기업 폐지” 논의

중국 장쑤성 롄윈강의 한 항구에서 작업자들이 희토류 토양을 차량으로 운반하고 있는 2010년 사진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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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의 국가안보 영향 조사에 착수하고,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최신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맞대응 조치를 총동원하고 있다. 미 정가에서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수출을 제한한 희토류 등 핵심 광물과 파생 제품의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정책에 맞대응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전격 제한하자 대책 마련을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가공된 핵심 광물 및 파생 제품에 대한 국가안보 및 경제적 회복력 보장’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 가공된 핵심 광물 및 희토류, 파생 제품의 수입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게 된다.

러트닉 장관은 90일 이내 중간 보고서, 180일 이내 최종 보고서 및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줄 경우 이에 긴급히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에 따라 철강 및 자동차에 각각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케빈 해싯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선 것과 관련, “우려스럽다”면서 “현재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엔비디아 7조8000억원 손실…“中슈퍼컴퓨터 전용 우려”=아울러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H20 칩 중국 수출을 제한한 사실이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또 미 당국은 전날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엔비디아에 통지했다.

미 정부는 H20 칩 수출 제한 근거로 이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엔비디아에 설명했다.

H20 칩은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 제작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안보 문제로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합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최고급 사양의 AI 칩으로 분류된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보다는 성능이 뒤지지만, 블랙웰에서 사용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장착돼 일부 성능이 개선됐다.

H20 칩은 중국의 대표적인 AI 스타트업인 딥시크가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 칩 중 하나로도 알려졌다. 이번 수출 제한으로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약 7조8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이 올해 1∼3월 H20 칩을 160억 달러(22조8000억원)어치 이상 주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 분기보다 40% 웃도는 규모로, H20 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앞두고 주문이 급증했다.

이와 함께 미 정가에서는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뽑을 수 있는 공격 카드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이날 보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고율관세 부과, 중국의 보복관세 반격,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부과, 중국의 희토류 수출 중단 등으로 확전되는 가운데 미국이 향후 희토류 국가안보 영향 조사, 미 증시 중국 기업 퇴출 등 추가 대책을 점검하는 양상이다.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 268개 타깃…고강도 압박카드=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가능성과 관련, “모든 게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이자 사업가인 케빈 오리어리 역시 지난 11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는 중국이 협상 테이블로 오도록 압박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최근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에 보낸 서한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미국의 자본 시장은 해외 어떤 기업도 누릴 수 없는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해 세계가 부러워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특권에는 기업의 책임이 따르며, 그 책임의 핵심은 투명성, 금융 공시 규정의 준수인데 중국 기업들은 이러한 규정을 따르기를 거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미국 자본의 혜택을 누리려 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에 대해 실제로 진지하게 논의 중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러한 구상마저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이 이번 무역전쟁에 대해 어느 정도의 결기로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미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지난달 7일 기준 미국 증시에 중국 기업 286개가 상장된 상태이고, 이들 모두의 시가총액은 1조1000억달러(약 1574조원)에 달한다.

미 당국 입장에서 중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폐지할 수 있는 방안은 다양하다. 미 의회는 2020년 미 회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중국 기업을 미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한 바 있다. 이 법에 따라 미 회계당국 감사에 2년 연속 응하지 않은 중국 기업에 대해 상장 폐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방안은 2년 연속 감사를 거부한 중국 기업 등 대상이 제한적이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이보다 빠른 방법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법이 있다.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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