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차관으로 개원, 40주년 맞아
경기 서남부 유일 상급종합병원
세월호 때 피해 학생 치료 전담
병원내 소아환자 병원학교 세워
개원 40주년을 맞은 고대안산병원의 서동훈 병원장이 1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대안산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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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초반 현재 반월국가산업단지로 개발된 지역 인근은 어시장과 횟집, 사슴농장 등이 있던 곳이었어요. 그러다 국가 주도로 공단이 개발되면서 수도권 서남부 지역 인구가 급증했지만, 절단 사고나 작업 중 발생한 부상 등 산업재해를 포함한 의료 수요에 대응할 종합병원은 사실상 전무했죠.”
서동훈 고대안산병원장은 17일 “고대안산병원 설립은 열악했던 당시 경기 시흥군 수암면 고잔리 소재 반월공단 지역의 현실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독일재건은행의 차관을 받아 1985년 100병상 규모로 세운 고대안산병원은 연간 약 72만 명이 방문하는 767병상 규모, 경기 서남부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개원 40주년(4월 15일)을 맞아 진행한 이날 인터뷰에서 서 병원장은 “앞으로도 지역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슴 아팠지만 의미가 있었던 지역사회 활동으로 세월호 사태를 꼽았다.
“그때가 막 병실을 확장한 때였어요. 안산 지역 학생 피해자가 가장 많았던 터라 해당 병실에 일반 환자를 받는 것을 미루고, 생존 학생 74명의 치료를 전담했습니다.” 생존한 학생들이 퇴원한 이후에도 정신건강의학과 중심으로 정기적인 상담을 진행했고, 대학병원에선 처음으로 대형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단원재난의학센터도 세웠다.
2022년에는 경기 남부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병원학교(유경꿈이룸학교)도 세웠다. 진료‧치료를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건강한 삶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서 병원장은 “혈액암이나 소아암으로 오랜 기간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초등학생 대상으로 병원에 개교한 학교”라며 “수업을 들으면 퇴원 후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통해 느끼는 심리적 안정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산시와 협력해 초등학교 5, 6학년 대상으로 만든 영재교육센터도 지역사회의 호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고대안산병원이 아이들을 위한 연구시설과 교수인력을 제공한다.
서 병원장은 “안산 지역은 ‘대한민국 속 작은 외국’이라 불릴 정도로 전국에서 외국인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지만 이들 중 일부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 병원 방문이 여의치 않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0만 명 안팎. 불법체류자까지 합하면 그 규모가 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21년 시작한 마스터플랜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증축한 미래의학관으로 확장‧이전한 의생명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연구 역량을 강화한 결과, 지난달에는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됐다. 서 병원장은 “병원이 계속 발전하려면 환자 중심의 진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안산시,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미래 성장기반을 다져가겠다”고 강조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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