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서 인맥 쌓았으나 아시아계 소수파…英 매체 '예상 밖 주자' 주목
김수환 추기경, 1978년 두 차례 콘클라베 참석…이후 한국 참가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흥식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임자를 뽑는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 권한을 지닌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에 관심이 쏠린다.
유 추기경은 이번 콘클라베에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피선거권을 보유하고 있어 차기 교황 후보군으로도 기대를 받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 따르면 차기 교황 선출은 1996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교황령 '주님의 양 떼'와 후임자인 베네딕토 16세가 이를 일부 수정한 '자의 교서'에 근거해 이뤄진다.
이들 규범은 선종이나 퇴위 등으로 인해 교황 직위(사도좌)가 공석이 된 날의 전날 기준으로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 교황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새 교황 선출 알리는 흰 연기 |
교황 선거 봉쇄 회합이라고도 불리는 콘클라베는 기본적으로는 후보자를 정하는 별도의 절차를 두지 않는다. 추기경들은 교황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 비밀 투표를 하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수락하면 교황이 된다.
규정된 횟수만큼 투표를 반복해도 3분의 2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하는 예외 상황이 아니라면 80세 미만의 추기경은 일단 피선거권을 지닌다.
따라서 1951년생으로 현재 만 73세인 유 추기경은 다가오는 콘클라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고 피선거권도 누린다. 1943년생인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은 만 81세여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여의도에서 장엄미사 집전하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1989.10.8) |
한국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것은 요한 바오로 2세를 교황으로 선출한 1978년 10월 투표 이후 약 47년 만이다. 직전 콘클라베는 1978년 8월 열렸고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를 선출했다. 단기간에 콘클라베가 두 차례 열린 것은 요한 바로오 1세가 즉위 33일 만에 선종했기 때문이다. 두 콘클라베 모두 '한국 1호'인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참가했다.
유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콘클라베에 참가하는 한국 출신 두 번째 성직자가 된다. 투표권 행사는 횟수로 따지면 세 번째에 해당한다.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 |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의 신망을 얻는 인물이 교황이 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돼 프란치스코 교황 곁에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리고 인맥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성직자부 장관은 전 세계 사제 및 부제의 직무와 생활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요직이다. 유 추기경은 이탈리아 로마 라테라노대에서 교의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로마 현지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덕분에 교황청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탈리아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한다고 한다.
다만 유럽 출신 추기경이 압도적으로 많고 아시아 출신이 소수파라는 점은 약점이다.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하는 유흥식 추기경 |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12월 5일 공개한 '다음 교황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로마발 기사에서 유흥식 추기경을 동양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는 예상 밖의 주자로 지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유 추기경이 신학적으로 주류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사회적 불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를 고발하는 데 적극적이어서 조건 없이 가톨릭 신앙을 옹호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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