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삿대질·고성 오간 한덕수의 국회 시정연설…민주당 '침묵시위' 권고했으나 항의 이어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4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공동취재)2025.4.2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을 했다. 6·3 대통령 선거 출마설이 나온 뒤 첫 국회 방문에서 한 권한대행은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원식 국회의장의 질타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성 항의가 오히려 그의 출마 명분을 쌓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12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정부 추경안의 처리를 위한 협조를 촉구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시정연설은 1979년 최규하 전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이다.
대선 출마설이 나도는 한 권한대행이 국회 로텐더홀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들이 "졸속매국 관세협상 즉각 중단하라"며 항의했다. 이들은 '민생 추경 확대' '매국 협상 중단' 등 피켓을 들고 규탄 시위를 벌였다. 한 권한대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04.24. /사진=뉴시스 /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 권한대행이 시정연설을 위해 연단으로 이동하자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4당 일부 의원들은 "내란대행 사퇴하라"고 소리치며 차례로 퇴장했다. 일부 야4당 의원들은 '매국협상 중단'이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한 권한대행의 시정연설에 침묵시위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국회를 무시합니까" "사퇴해!"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용히 하라"고 맞서면서 소란이 이어졌다. 고민정 의원 등 일부 민주당 의원도 한 권한대행 연설 도중 항의의 표시로 자리를 떴다.
한 권한대행은 고성과 소란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지체없이 곧바로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이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에도 "사퇴하라"는 야당의 항의가 계속됐지만 흔들림 없이 발언을 이어가자 소란은 점차 가라앉았다.
한 권한대행이 "우리가 그동안 한마음으로 수많은 위기를 함께 극복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높인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 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며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4.2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설을 마치고 한 권한대행이 90도로 인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수를 보냈다. 야당 의원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일부 퇴장했던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우 의장은 한 권한대행에게 "잠시 자리에 앉아 계시라"고 한 뒤 "국회의장으로서 권한대행께 한말씀 드릴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고성으로 항의하며 한 권한대행을 옹호했다.
우 의장은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됐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의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권한대행께서는 대정부질문 국회 출석·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연단 앞으로 나와 우 의장의 발언에 삿대질하며 항의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연단 앞으로 나가 가세하며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마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유감을 표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우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5.04.24. /사진=뉴시스 /사진=김호웅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소란 가운데서도 한 권한대행은 우 의장의 요청대로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우 의장의 발언을 경청했다. 우 의장 발언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우 의장이 다음 안건을 상정하자 한 권한대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떠났다.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셨다"고만 답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우 의장이 이런 발언을 할 것을 이날 국회에 도착한 뒤 전달받고 참모들에게 "우 의장님이 하실 말씀이 있으면 그냥 하시라고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이날 한 권한대행에 대한 야권과 우 의장의 비판, 국민의힘 의원들의 엄호가 오히려 한 권한대행의 존재감을 키워줬단 분석이 나왔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침묵'으로 대응키로 한 것은 굳이 한 권한대행을 띄워주지 않기 위해서였는데, 이에 실패했단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에서 '한덕수 재탄핵'이 거론됐는데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침묵시위를 종용한 것은 대선 출마의 명분을 쌓아줄까 두려워서"라며 "그런데 우 의장이 견제구를 던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정치적 주목도를 더 높여줬다. 한 대행이 우 의장의 다소 불쾌한 발언을 겸손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한 권한대행에게 정치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