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끈 도이치 사건…중앙지검 지난해 무혐의 처분
당시 김 여사 출장 조사하고 검찰총장 늑장 보고해 파장
검찰 결론 6개월 만에 뒤집힌 셈...고검 이례적 직접 수사
서울고등검찰청(고검장 박세현)은 25일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사는 서울고검이 직접 맡는다.
지난해 10월 필리핀·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올라 출국 인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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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증권계좌 6개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권 전 회장 등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관계인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서울고검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3일 권 전 회장 등 관련자 9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여사와 비슷하게 시세조정에 계좌가 동원된 ‘전주’ 손모씨도 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확정받았다.
이 사건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갖은 잡음을 일으켰고, 윤 정권 내내 정쟁의 소재가 됐다.
검찰은 2020년 4월 김 여사에 대한 고발을 접수했으나 이렇다 할 수사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수사를 본격화한 후 10월17일 당시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당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김 여사의 시세 조정 가담 혐의에 대해 엄정히 검토한 결과, 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 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최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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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런 설명에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수사팀은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는데, 장소는 검찰 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가 관리하는 부속 건물이었다. 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공개 출장조사로 ‘황제 조사’ 논란을 낳았다. 출장 조사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병행해 이뤄졌다.
출장조사 때 이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사후 보고하면서 ‘검찰총장 패싱’ 논란까지 불거졌다. 총장이 반대할 걸 알고 중앙지검이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출장조사가 이뤄진 후 이원석 검찰총장이 “국민께 여러 차례에 걸쳐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사과하기까지 했다.
질질 끌었던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지난해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로 급물살을 탔는데, 결론이 나기에 앞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낸 인사로 중앙지검 수장이 송경호 지검장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았던 이창수 지검장으로 교체됐다. 김 여사 수사를 담당하던 김창진 1차장검사와 고형곤 4차장검사도 자리를 옮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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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이 김 여사를 재수사 해 달라는 항고를 받아들이면서, 검찰은 피할 수 없는 부담을 안게 됐다.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도 예상된다.
만약 김 여사의 유죄가 증명된다면 서울중앙지검이 부실 수사를 했거나 면죄부를 주려 했던 꼴이 되고, 서울고검이 기소하지 않거나 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무리한 재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서울고검을 이끄는 박세현 고검장은 현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편 서울고검은 이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인 청탁금지법위반 등 항고사건에 대해서는 항고 기각을 결정했다. 해당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제1부(부장검사 김승호)가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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