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핵심 사안이나 이슈에 대해서 정파적 진영 논리를 지양하며, 건전한 시민 사회가 공유하는 원칙과 상식, 합리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논평합니다.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설립한 제1공장이 24일 개소식을 가졌다. 사진은 12일 촬영한 공장 모습. 구마모토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방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란 임금 수준이 높고 노동조건이 우수하며 고용 형태가 안정적인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는 경제적 윤택함을 누리고 업무 만족도를 높이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비수도권의 쇠퇴는 좋은 일자리의 감소이며, 소득, 일상, 환경, 문화의 격차로 전이돼 간다. 지자체들이 대기업 유치에 혈안인 것도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의 지역 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가 그런 사례다. 이곳에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대만 TSMC 공장이 들어섰다. 제1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고 제2공장은 올해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TSMC의 등장은 지역 경제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고용 창출뿐만이 아니라 80개 이상의 기업이 새롭게 진출하거나 증설했고 향후 10년간 약 4조3,000억 엔의 경제효과가 예측됐다. 이외에도 주택 등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고 지역 투자·융자 문의가 쇄도하는 등 과열 조짐을 우려하고 있다.
덕분에 기쿠요마치는 2025년부터 세수가 초과돼 정부 지원금인 교부세를 받지 않게 됐다. 일본 언론은 TSMC의 구마모토 진출 배경을 여러 가지로 분석한다. 공정에 필요한 풍부한 수자원, 대규모 보조금, 규슈 실리콘 아일랜드라는 반도체산업 집적, 뛰어난 지정학적 위치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일본 반도체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해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침체기 상태였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반도체 부족이 표면화되자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반도체산업 부활에 착수했다. 2020년 가을부터 TSMC에 진출 의사를 타진했고 지원 방안에 관심을 보이면서 본격 교섭이 이뤄졌다. 2021년 8월에 TSMC가 제안 방향을 수용하면서 소니와 자회사 JASM 설립을 협의, 10월 14일에 정식으로 진출이 결정됐다.
협상 과정에서 지자체 역할이 매우 컸다.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는 정부와 협력하며 물밑 유치 활동을 벌였다. 무엇보다 공장부지를 빠르게 확보했다. 지체될 수 있는 농지전용 전환 절차를 즉각 추진했고 토지 소유자와 적극적으로 교섭했다. 공업용수, 전력 공급, 도로 등 인프라 정비, 주거환경 조성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빠르게 완료했다. 기업이 직면하는 일련의 장애들을 원스톱 서비스로 신속하게 대응, 지원했다. 또한 산학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우려되는 환경문제를 논의하는 주민설명회도 수차례 개최했다. 지역 내 환영 분위기 조성에도 힘썼다.
물론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기업 유치에 성공할 수 없다. 하지만 지자체의 열정과 진정성 있는 행동전략이 지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기업 유치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대기업 철수가 얼마나 지역사회에 타격을 주는지를 목도했다. 최근 거제시장이 해당 지역의 대기업에 거액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과 진정으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지원하는 조용한 동반자가 돼, 지역이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