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리고,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걸까.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기업 하기 힘들어서 넘어간다는 미국의 현재 상황을 통해서 '진짜' 기업 하기 좋은 나라의 조건을 알아봤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역설적으로 그 사례를 보여준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는 지난 2024년 12월 10일 노벨경제학상 수상했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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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6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빅테크 기업들과의 애증 관계를 잘 보여줬다. 트럼프는 빅테크 기업들 전반을 향해서 "그들은 너무 크고, 너무 강하다"며 "이 회사들을 해치고 싶진 않지만, 나는 그들이 미국의 젊은이들을 파괴하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빅테크 기업의 해외 경쟁력은 중요하지만, 일부 문제는 해결돼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경쟁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틱톡을 지지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틱톡이 없다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이 모든 건 다 저커버그의 손에 있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정치적으로 해석됐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창업자다. 저커버그가 이끄는 페이스북은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된 직후 '팩트체킹 서비스'를 만들어 임기 내내 괴롭혔다.
페이스북은 트럼프가 2020년 국회의사당 폭동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올리자 2년 동안 공식 계정을 중지시키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 인터뷰 일주일 전 저커버그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며 "저커버그는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경쟁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가 틱톡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빅테크 기업과의 기존 반독점 소송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FTC는 지난 4월 21일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혐의로 우버에 소송을 제기했다. 우버가 구독 서비스 해지를 어렵게 만들었고, 구독료를 명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함께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2012년)」는 미국의 반독점법 입법 과정을 '미국 경제의 선순환'으로 보고 자세하게 기술한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북부는 고속 경제성장을 경험했다. 철도, 공업, 상업이 확대되면서 소수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경제적인 성공에 눈이 먼 졸부와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은 갈수록 파렴치해졌다. 이들은 무자비한 횡포로 독점을 강화하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나 공평한 사업 조건을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에 '강도귀족(Robber Barrons)'이라 불렸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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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887년 제정한 주간통상법, 1890년에 만든 셔먼 반트러스트법으로 1902년 JP모건, 뒤퐁, 아메리칸 타바코 등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1906년에는 햅번법을 만들어 허점을 보완했다. 그 결과, 한때 미국에서 유통되는 정유의 88%를 장악했던 스탠더드오일은 1911년 여러 회사로 해체됐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913년 수정헌법 제16조를 비준하고, 고소득 개인과 법인에 고율의 소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1914년에는 클레이턴 반트러스트법을 통과시켜 현재의 반독점법 체제를 완성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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