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금)

    [기고]AI 대전환기…문제는 ‘정부 혁신’이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7년까지 어떤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AI)이 온다.” 미국 AI 전문가들이 설립한 비영리 단체 ‘AI 퓨처스 프로젝트’가 최근 보고서에서 내놓은 시나리오다. 일론 머스크도 당장 올해 말에 인간 수준의 AI가 등장하리라 예측한다.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AI 대전환의 막이 올랐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현재의 AI 담론이 민간 기술과 투자 위주로만 이뤄지고 있는데, 과연 AI 대전환기에 민간의 혁신만으로 글로벌 경쟁을 견딜 수 있을까. “혁신은 민간에서 나온다”는 신화에 함몰돼 정부 혁신이라는 또 하나의 축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프로젝트를 양산한다고 해서 정부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업무 전산화처럼 단순히 행정 업무나 서비스에 디지털 기술을 더하는 방식으로 AI를 도입하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정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AI 내재화(AI by Design)’를 통해 정부의 일하는 방식과 공공서비스 제공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먼저 정책 기획, 예산 편성, 집행, 평가 등 모든 행정 과정의 업무 프로세스를 AI 활용을 전제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AI로 자동화해 행정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공무원들은 더 창의적이고 고차원적인 정책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그간 국민은 복지·고용·교육·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찾아 신청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비대칭 정보와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이 고르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제 AI가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추천하고 연계할 수 있도록 ‘개인 AI 비서’형 공공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는 행정 사각지대를 없애고 궁극적으로 민주성과 효율성이라는 공공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AI 대전환을 준비하는 우리 정부의 AI 현주소는 어디일까. 영국 옥스퍼드 인사이트의 ‘정부 AI 준비지수 평가’ 결과 한국은 미국, 싱가포르에 이은 3위에 있다. 최첨단 AI 모델을 보유하지 않아도, 한국 AI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적인 일관되고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 미국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트럼프 행정부에 올해 권고한 보고서에서도 AI 도입과 활용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도력을 강조했다.

    한국은 디지털 정부 세계 1위의 경험과 마치 얼리어답터와 같은 국민의 빠른 혁신 수용성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 거버넌스까지 구축한다면 AI 정부로 ‘퀀텀 점프’하는 일 역시 시간문제일 것이다.

    AI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오늘 우리의 고민과 결정이 향후 100년의 글로벌 판도를 결정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경향신문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