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루사일 궁전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경례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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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은 없다."(도널드 트럼프의 미-사우디 투자포럼 연설 중)
중국과 관세 휴전 뒤 13일(현지시간) 시작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국제 정치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의 '적국'으로 여겨지던 시리아와 관계 개선을 공식화하는 등 미국이 더는 전통적 외교 가치나 동맹의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 이익에 따라 외교 전략을 변화하겠다는 트럼프식 실리외교 기조를 드러내 국제 정세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도 미국과 20년간 전쟁을 벌인 탈레반과 협상하면서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협상에서 제외하는 등 가치동맹을 등한시했는데, 이는 집권 2기에서 한층 강화했다. 러시아,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이란 등 전통적으로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세력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누구와도 거래한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력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는 등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를 지지하는 발언도 여러 차례 내놨다. 이번 중동 순방에선 오랜 동맹인 이스라엘은 방문지에서 제외하고, 이스라엘의 적국인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깜짝 발표해 '이스라엘 패싱' 논란이 이어졌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적대 관계에 있던 세력과도 잘 지내겠다는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그간 미국의 가치 외교에 기댔던 동맹국들에 당혹감을 넘어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의 실비 카우프만 칼럼니스트는 트럼프가 대통령 아닌 사업가의 자세로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거래 외교'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동맹국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이 더 이상 전통적 안보 동맹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지 않는다면 각국은 독자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국의 가치 외교에 의존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자국 중심의 전략적 사고와 다변화된 외교 전략으로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국의 대미 외교 전략에는 국내외 정치 환경, 미·중 경쟁, 안보 의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교 전략 수정이 쉽지 않다. '사업가' 트럼프에 러시아-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이미 흔들린 국제 정세가 다시 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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