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부스에서 사진을 찍으면 나오는 결과물. 셀프사진관 공식 소셜미디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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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11시께 서울 성수동의 한 셀프 사진관. 사진 부스의 커튼을 열고 들어가자 엄지손가락만 한 노란색·주황색 열대어 40여마리가 헤엄치는 수조가 나왔다. 네면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벽과 불이 꺼져 어두운 부스를 수조 안 조명이 환하게 비췄다. 수조 뒤에는 촬영된 사진을 볼 수 있는 화면과 카메라가, 수조 옆에는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있었다. 최근 엠제트(MZ)세대 사이에서 물고기와 함께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 ‘핫플’이 된 곳이다.
수년 전부터 엠제트 세대의 ‘필수 코스’가 된 셀프 사진관은 본래 부스 안에 들어가 벽 앞에서 촬영하는 방식이지만, ‘물고기 네컷사진’은 투명한 수조 뒤에 카메라를 두어 형형색색의 물고기들과 물속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지난해 10월께 서울 성수동의 한 셀프 사진관에 처음 생긴 후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어 현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대구 동성로, 부산 광안리, 수원 등 전국 11곳에 분점이 생겼다. 이런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부스 안에 골든구라미, 시클리드, 엔젤피시 등의 열대어 수조를 두는 사진관들도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13일 ‘물고기 네컷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서울 성수동의 한 셀프 사진관의 수족관 부스.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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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진관을 두고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그저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물고기를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방식의 사진관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데다 대부분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셀프 사진관 특성상 관리가 부실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평일인 13일 오전 찾은 성수동의 사진관은 한적했지만 20여분마다 새로운 이용자들이 수족관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2개의 수족관 부스를 두고 있고, 주말에는 사진관 앞에 긴 줄이 생겨 1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스 안에는 “어항 두드리기, 부스에서 플래시 터뜨리기 절대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사진관은 물고기들의 건강을 위해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는 운영을 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수조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찾은 서울 광진구의 다른 사진관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안내문이 없었다. 2개의 수족관 부스가 있었지만 “24시간 연중무휴 운영”한다는 문구만 출입문에 쓰여 있었다. 이용객은 없었지만 최신 가요가 스피커를 통해 큰 소리로 울려 퍼졌다. 이날 광진구의 또 다른 셀프 사진관에서 만난 문채림(25)씨는 “물고기 네컷사진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예전에 열대어를 키웠는데, 사람의 움직임과 작은 소리에도 민감했던 기억이 난다. 인간만을 위해 물고기를 장식처럼 이용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아, 굳이 수족관 부스는 안 갈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찾은 서울 광진구의 한 셀프 사진관의 수족관 부스. 입장하면 밝은 조명이 켜진다. 고나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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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열대어들은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취약하다. 소음이 대표적인 열대어인 ‘구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2020년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의 논문을 보면, 24시간 동안 급성 소음에 노출된 물고기들은 스트레스로 면역체계가 무너져 기생충 감염에 취약해졌다. 7일간의 만성 소음에 노출된 물고기들은 감염률은 낮았지만 생존력이 떨어져 조기 폐사하는 결과가 나왔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활동가는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이용객이 많다면, 계속되는 새로운 자극들로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보인다”며 “아무리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생명을 상업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 행위인데,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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