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맞춘 고용 시스템 재설계 필요
아시아경제가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65세 정년연장 관련 기업 현황 및 제도 수요조사'에 따르면 정년이 연장될 경우 기업들은 '연공서열 중심 인건비 부담 증가'(43.3%)와 '청년층 신규 채용 여력 축소'(22.7%)를 주요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인사 적체 및 직급 정체'(16.5%)가 뒤를 이었다. 단순히 고령 인력의 생계 문제만 고려할 게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 구조의 경직성과 세대 간 기회의 불균형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정년연장을 준비하면서 기업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사안은 '임금체계 조정 및 설계'(34.7%) '인력배치 재검토'(24.7%) '청년 채용과의 균형 방안 마련'(13.9%) 등이다. 고령 인력 중심의 인건비 구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신규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기업 관계자들은 "법 제도화를 통한 시행시기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며 "정년연장으로 인한 기업의 인건비 부담 증가와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좋은 일자리 감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아시아경제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20~40세 상용근로자는 2014년 613만5000명에서 2024년 668만400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같은 연령대에서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 및 일용근로자를 합치면 840만4000명에서 837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앞으로 청년 인구 감소가 심화할 경우 노동가능인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년연장이 고령자 일자리 문제 해결을 넘어 청년 고용 확대라는 또 다른 축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고령자 계속 고용과 청년 고용의 '균형'을 찾기 위해 단계적·점진적 해법을 주문했다. 그는 "공공·대기업 중심의 정년연장은 정원을 늘리지 않는 한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두 가지가 충돌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완만하게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게 사회적 이익"이라고 조언했다.
단계적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선 각 세대가 가진 문제들을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김 이사장은 "청년 일자리는 향후 젊은 인구가 계속 줄어 공급이 수용에 못 미치는 시점이 올 거란 고려가 필요하다"며 "정년 이후 고령자 일자리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인 경우가 많은데, (단순 정년 연장 외에)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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