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담임 교사를 몰아내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허위 소문을 퍼뜨리는 등 교권이 추락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교사의 제보가 전해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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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담임 교사를 몰아내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허위 소문을 퍼뜨리는 등 교권이 추락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교사의 제보가 전해졌다.
1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교직 경력 37년 차인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3월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으로 부임했다가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다. 주변 교사들은 A씨 반에 이른바 '일진' 학생이 있다며 걱정했다.
A씨는 새 학기 첫날부터 해당 학생 B군의 반복적인 수업 방해와 욕설, 위협적 언행에 시달렸다고 한다. B군은 중학생 형들과 어울리며 반에서 '대장'처럼 행동했다. 수업 중 교사에게 손가락 욕설을 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도 일삼았다.
A씨는 "교사를 골탕 먹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듯했다. 그래도 저는 그 아이를 변화시키고 싶었다"면서도 "저한테 '흉기로 찌르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최대한 달래서 공부하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 A씨는 B군 부모에게 가정 지도를 부탁하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끝내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A씨가 문제 행동을 지적하자 B군은 '아이혁신당'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A씨를 몰아내기 위한 활동에 나섰다.
A씨는 "누구는 '선생님을 화나게 하는 사람', 누구는 '선생님 말씀 녹음하는 사람' 이런 식으로 역할을 짜고 저를 내쫓기로 모의했다"며 "조직에 가입한 학생들은 담임 교체 명분을 만들기 위해 허위 소문을 퍼뜨렸고, 동조하지 않는 친구는 따돌리거나 괴롭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들이 담임 교사를 몰아내기 위해 조직을 만들어 허위 소문을 퍼뜨리는 등 교권이 추락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한 교사의 제보가 전해졌다./사진=JTBC '사건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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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이혁신당'에 속한 한 학생의 부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A씨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다. 학대 행위로 언급된 내용은 △수업 중 도덕책을 바닥에 던졌다 △마이크로 학생 턱을 쳤다 △수업에 늦은 학생들에게 의자를 밀쳐 넘어뜨렸다 △학생 욕설을 따라 했다 등이다.
이에 대해 A씨는 "도덕책은 계속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라며 "수업에 늦은 학생들은 훈계했다. 마이크로 학생을 건드린 사실도 없다. 그날은 수업이 없었다. 학생이 과제물에 욕설을 적어 다른 단어로 고치라고 주의를 준 것일 뿐 따라 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저를 잘 따르고 모범생이었던 학생이 아동학대로 신고해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며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스트레스받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5시간 넘게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사건은 불송치로 종결됐다. 지난해 12월 검찰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지역 교권보호위원회는 A씨를 지난해 9월 다른 학교로 발령했고, 현재 A씨는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업을 주도적으로 방해하거나 허위 소문에 적극 가담한 일부 학생들에게는 출석 정지와 특별교육 등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동료 교사와 일부 학부모들의 탄원서 덕분"이라며 "허위 민원을 낸 학부모나 학생에게서는 어떤 사과도 못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요즘 '실눈 뜨고 교육하자'는 자조 섞인 말이 교사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라며 "눈을 크게 뜨고 학생 잘못 지적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한다는 얘기다. 후배 교사들은 보다 나은 환경에서 교육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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