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당시 80세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장에서 모래주머니에 발이 걸려 넘어진 직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인들 사이에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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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23일 모스크바에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난 장소가 특이했다. 러시아 대통령 관저인 크레믈궁이 아니고 모스크바 중앙병원이었다. 이는 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 옐친이 갑자기 폐렴 증세를 보이며 체온이 39도 가까이 올라 급히 입원했기 때문이다. 항생제 치료를 받은 옐친과 장쩌민의 대면은 고작 40분 만에 끝났다. 이듬해인 1999년 옐친은 건강 악화를 이유로 정계에서 은퇴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 그의 후임자가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대통령의 건강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63년 대통령 주치의 제도를 도입했다. 천연두 예방을 위한 종두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지석영(1855∼1935) 선생의 종손인 지창영 의학박사가 초대 대통령 주치의를 맡았다. 차관급 직책이라고는 하나 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소정의 활동비를 받을 뿐이다. 평소에는 2주일에 1번 정도 대통령과 만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전부이지만,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에는 대통령실 공무원 신분으로 동행한다고 한다.
현재 82세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왼쪽)이 그의 전립선암 투병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오른쪽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다. 로이터연합뉴스 |
올해 1월20일 퇴임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전립선암에 걸렸으며 암이 뼈까지 전이된 사실이 지난 18일 공개됐다.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언론 매체들도 “그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현직 대통령 시절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 주치의라는 사람은 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는 질책도 거세다. 대통령의 건강은 개인 사생활을 넘어 국민 알 권리에 해당하는 중대 정보라는 점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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