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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왜 어떤 궤변은 막강할까... 책 '개소리에 대하여' (오늘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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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HN 이나영 기자) 주목할 만한 인문서로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를 소개한다.

    비속어 불쉿-개소리에는 사실 복잡한 의미 구조가 숨어 있다.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과 교수 해리 프랭크퍼트가 리가 분석철학을 기반으로 '개소리'라는 말의 함의와 그 사회적 파급력을 꼼꼼히 해부한다. 언어 분석 기법을 통해 개소리의 맥락들을 설득력 있게 풀이해나간다.

    가짜뉴스와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를 예견한 현대의 철학 고전으로 손꼽히는 도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논란이 되었던 트럼프의 막말을 둘러싼 현상을 해설하는 책으로 널리 인용되기도 했다.

    MHN스포츠

    ■개소리에 대하여|해리 G. 프랭크퍼트|이윤 옮김|필로소픽

    그 제목으로 인해 그저 직설적이고 가벼운 외양으로 보이지만 지금 현시점 우리 앞에 당도한 문제에 치밀하게 천착하는 도서다. 모든 분야에서 만연한 '개소리 현상'을 통찰하는 저자에게는 개소리가 진리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한 언어문화를 조장한다는 문제 의식이 분명하다. 개소리 '이론'을 직조하여 개념적 틀을 세우고 현혹을 방어하고자 한다.

    진리는 중요치 않다

    개소리에는 새빨간 거짓말도, 헛소리도 아닌 화자의 교묘한 의도가 숨어 있다. 이는 작정하고 틀린 진실을 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릿값과 무관하게 특정 목적을 위해 그 말을 하겠다는 심보다. 진실과 무관하게 자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 듣는 이에게 기만을 심는다기보다는 특정한 인상을 심어주려는 목적을 가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것은 거짓말쟁이가 참의 반대편에 있어야 하기에 반드시 참을 알아야 하지만 개소리는 본질적으로 진리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최소한 진리를 존중하고 공들여 거짓을 직조한다. 그러나 개소리는 어떤 책임도 떠안지 않고 진리의 권위를 실추시키며 무책임한 언행을 조장한다. 참과 거짓이라는 논리 자체가 붕괴되는 것이다.

    팩트 체크로는 대응할 수 없다

    개소리는 잘잘못을 따지려고 돌입하기에는 가벼워서 면박 당하는 영역에 있다. 그러나 개소리가 담론으로 이어지는 경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참과 거짓을 가려도 끝내 과열된 것은 개소리가 겨냥했던 정서와 인상일 뿐이다. 말의 진위는 문제가 아니다. 허위성을 폭로하는 것으로 개소리는 진압되지 않는다. 개소리는 "참과 거짓이라는 진릿값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논리적 공간에서 수행되는 언어 게임"이기 때문이다.

    분석철학의 방법론 위에서 막말과 궤변들의 작동 원리를 객관적으로 정의하는 도서. 인식의 틀을 조직하는 것으로부터 개소리에의 대응을 시작하자고 권유한다. 96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명쾌함 위에서 도발적으로 전개되는 서술이 읽기에 재미를 더해준다.

    책속에서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 그 결과 우리는 개소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토록 개소리가 많은지, 또는 개소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7쪽

    비트겐슈타인을 불편하게 만든 핵심은 분명히 파스칼이 자신의 느낌을 표현할 때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심지어 그녀가 부주의한 실수를 저질러서도 아니다. … 핵심은 오히려 파스칼이 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하려 할 때 요구되는 제약에 성실히 따르지 않은 채 어떤 사태를 묘사했다는 것이다. … 그녀의 진술은 그것이 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거짓말이라면 응당히 그러해야 할, 그것이 참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36-38쪽.

    사진=필로소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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