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성장전망’ 속 소상공인 뒷받침·소비 촉진책 무게
‘대외악재’ 트럼프 관세 대응…한미 ‘7월 패키지’ 논의 속 정상급 경제외교 주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선거를 사흘 앞둔 31일 세종특별자치시 나무그늘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해찬 전 총리와 “세종, 행정수도 완성추진”이라고 적힌 패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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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오는 4일 출점하는 새 정부 앞에는 ‘성장 절벽’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심각한 내수부진 속에 미국 관세장벽의 충격까지 ‘첩첩산중’이다.
이 탓에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등 빠듯한 나라곳간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당선 즉시 내수진작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소 30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30조원 추경을 공약했다. 누가 당선되든 추경은 본궤도에 오르게 된다. 예산당국도 6·3대선 당선인이 결정되는 대로 곧바로 편성 작업에 나설 태세다.
꼭 한달전 의결된 13조8000억원의 ‘필수 추경’이 산불피해 복구와 통상·인공지능(AI) 및 민생 지원을 중심으로 ‘급한불 끄기’ 성격이었다면, 차기 정부에서 편성되는 2차 추경은 내수에 보다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4월 생산·소비·투자 모두 ‘↓’...경기진작 추경 나선다
한 폐업 제조업 공장 모습.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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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발표된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 소비, 투자까지 실물경제 모든 부문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의 품목별 관세(25%)가 발효된 자동차 부문을 중심으로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투자와 소비를 비롯한 내수 지표 부진도 이어졌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본격적으로 발효된다면, 그 파고는 증폭할 공산이 크다. 당장 이번 주말을 앞두고서도,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졌다. 내수도 갈수록 움츠러드는 양상이다.
이 탓에 올해 0%대 성장 전망은 대세가 됐다.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나란히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0.8%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같은 수치다.
경기부양에 추가재정을 투입하자는 의견이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주 ‘0.25%포인트 금리인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예상보다 성장세가 크게 약화했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폭이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서울지역 부동산값, 가계부채 급증 가능성 등을 우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전반에 광범위한 파급을 미치는 금리정책의 특성상, 과감한 통화완화는 부작용이 크다는 뜻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작년이나 올해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추경이 필요하다”며 “0%대 성장률을 전망하는 상황이라면 재정 건전성보다는 경기부양이 더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내수에 긴급 수혈...관건은 한미 정상급 관세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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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은 경기파급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나고 높은 재정승수가 검증된 사업을 중심으로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가장 먼저 구조적인 장기부진에 놓인 소상공인·자영업 계층, 경기 파급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건설업, 관세전쟁으로 직격탄을 맞는 수출 전선 등이 정책지원 타깃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내수 부양이 시급하다.
외식·자영업 전반을 옥죄는 배달플랫폼의 수수료 갑질, 극단적 정치불안·도심시위와 맞물려 더욱 위축된 소비심리, 임시공휴일이나 연휴마다 불어나는 해외여행 수요,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및 과도한 가계대출·사교육비 등 사회적 이슈까지 하나같이 내수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난제들을 수술대에 올리는 동시에 초단기적으로는 빈사 상태에 빠진 내수 부문에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안동현 교수는 “미국 관세로 수출 산업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지만, 내수 쪽에서는 허리까지 불이 붙어있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을 살리고 내수를 부양하는 게 추경의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시점에서 침체가 가장 심한 부문은 지방부동산을 중심으로 건설 부문”이라며 건설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미 ‘통상 해법’도 차기 정부의 초반 승패를 가르는 지점이다.
1분기 역성장이 현실화한 극한의 경기침체가 초래된 데에는 구조적인 내수부진보다는 미국발 관세전쟁에 따른 수출위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서다. 수출부문의 해법 없이는 저성장 탈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한미 재무·통상장관급 ‘2+2 협의’에서 상호관세 유예기간이 끝나는 7월 8일까지 ‘7월 패키지’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일정대로 합의가 도출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작 미국 내에서 관세 이슈를 둘러싼 행정부와 법원의 공방도 격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차기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급 경제외교를 통해 공감대를 마련할지가 주목된다.
석병훈 교수는 “올해 성장률에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제일 큰 변수”라며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수혜를 봤던 업종들은 다 피해를 보면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철강, 의약품까지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은 트럼프 관세”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릴 것이냐 내릴 것이냐 예측을 할 수 없어서 더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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