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韓, 美 동맹 중 국방비 비율 높아”
헤그세스 “美 힘 휘두르는데 주저 않을 것”
美, 미중갈등 심화 속 안보와 경제 동일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안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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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이 중국과의 대립전선을 분명히 하면서 동맹과 파트너국의 역할 확대를 촉구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6·3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 커다란 외교적 난제를 떠안게 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을 통해 미국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중국의 위협이라고 못 박으면서 “동맹과 파트너국에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낸다고 했다”며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강력한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줄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필요하다면 단호하게 미국의 힘을 휘두르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1일 보도된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은) 인도태평양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려는 의욕을 높이고 있다”면서 “중국에 대한 억지를 우선하기 위해 동맹국, 우호국과 함께 결단해야 한다. 모든 동맹국과 우호국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과 일본 등을 향해 사실상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한국의 국방비는 작년 59조4244억 원으로 2020년 기준 GDP 대비 2.34%, 올해는 61조2469억 원으로 GDP 대비 2.32% 수준이다.
NATO 회원국 가운데 폴란드(4.12%)와 에스토니아(3.4%)보다는 낮지만 독일(2.12%)과 프랑스 (2.06%), 이탈리아(1.49%)에 비해 높고 영국(2.33%)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2일 “한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한국은 앞으로도 한반도 방위와 역내 평화·안정에 필요한 능력과 태세를 구비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의 압박은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그치지 않는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에서 “많은 국가가 중국과 경제협력과 미국과 국방협력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중국 경제 의존은 중국의 악의적 영향력을 심화시키고 우리의 결정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가 우방국의 중국과 경제협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이 중국과 세계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전과 달리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게 아니라 동일선상에서 다루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과 파트너국에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편승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우러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 동맹의 역할을 촉구하면서 “이를 통해 미국이 가장 중요한 장소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며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군 재조정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앞서 미 국방부가 2만8500여명의 주한미군 가운데 4500여명을 다른 지역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불거지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감축 또는 일부 철수론도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샹그릴라 대화에 앞서 미 고위 국방당국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오는 4일 출범하는 새 정부는 미중갈등 속 대중외교를 비롯해 국방비와 방위비분담금 증액, 주한미군 재조정 등 출발부터 쉽지 않은 외교적 난제를 떠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창래 국방정책실장이 31일(현지시간)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린 싱가로프에서 미국 하원 대표단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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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샹그릴라 대화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조창래 국방정책실장은 회의 계기에 미 상·하원 대표단과 만나 한국군과 주한미군 2만8500여명이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한반도에서 대북 억제력을 제고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를 강조했다.
이에 미 상·하원 대표단은 미국의 확고한 방위공약을 강조하면서 미군의 모든 군사적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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