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김영웅 연출가役 배우 조형균
서울시뮤지컬단 신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에서 최초의 뮤지컬을 만드는 연출가 ‘김영웅’을 연기하는 배우 조형균. 그의 능수능란한 코믹 연기는 무대를 향한 뜨거운 열정, 보통 사람들의 삶을 향한 따뜻한 애정으로 가득한 이 뮤지컬의 분위기를 시종 경쾌하게 이끌어가는 힘을 발휘한다.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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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를 푹 눌러 쓴 반짝이 옷의 남자가 힘찬 몸짓으로 관객 반응을 끌어올린다. 능청스럽게 팔을 뻗으며 주먹을 쥐어 보일 때마다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쏟아진다. “이 쇼가 대체 뭔지 너무 궁금하셨죠? 이 쇼는 누군가에게는 미완의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꿈입니다. 이 쇼의 제목은….” 소란스러운 밴드 음악과 함께 촌스럽게 화려한 네온사인처럼 제목이 무대 배경에 떠오른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 우당탕탕 좌충우돌 최초의 K뮤지컬 제작기가 펼쳐진다.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한국 최초의 뮤지컬 탄생을 둘러싼 소동극에 무대와 뮤지컬 장르를 향한 뜨거운 열정, 부족하고 모자라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을 애정을 담았다. 2025.6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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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2주간 숨가쁘게 달려온 서울시뮤지컬단의 이 코믹 뮤지컬이 15일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있다. 솜씨 좋게 관객을 쥐락펴락했던 중절모의 남자, 연출가 ‘김영웅’ 역의 배우 조형균을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대극장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오르페우스, ‘시라노’의 시라노 등 주연으로 익숙했던 배우. 죽음도 훼방 놓지 못할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던, 한없이 진지해 보였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숨겨진 개그 본능을 폭발시켰다. 막이 오르기도 전에 일단 웃기고 시작해야 하는 역할, 혹시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전혀요. 저 원래 사람들 웃기는 거 좋아하는 편입니다!” 조씨가 장난기 가득한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키워드>가 1960년대 날카로워진 민심을 달래고 북한의 소위 ‘혁명 가극’에 맞설 만한 문화 상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군사정권에서 추진했던 결과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더 퍼스트 그레잇 쇼’는 이 K뮤지컬 탄생 비화를 살짝 비틀어 코믹한 소동극으로 풀어낸다. 무대와 뮤지컬 장르를 향한 뜨거운 열정, 부족하고 모자란 환경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따뜻한 이야기다.
조씨는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들을 많이 배웠다. 뮤지컬을 하는 배우로서도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했다. “저는 우리 뮤지컬이 관객도 작품도 무척 수준이 높다고 늘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계속 발전하는 뮤지컬 속에 있는 것, 그 옛날에 이름도 몰랐던 선배님들의 노고 덕분이었구나, 그런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한국 최초의 뮤지컬 탄생을 둘러싼 소동극에 무대와 뮤지컬 장르를 향한 뜨거운 열정, 부족하고 모자라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을 애정을 담았다. 2025.6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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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을 담당하던 정보부 실장이 “완전히 새롭고 위대한 쇼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실력 좋다는 연출가 김영웅에게 오페라 가수, 무속인, 트로트 가수에 한국 무용가 등 전국의 예술가들을 데려다 주며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다. 처음엔 오합지졸 같던 이들은 점점 충무공 이야기를 다루는 이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공연을 만드는 데 진심이 돼 간다.
극중 김영웅은 “결국 안 될 게 뭐야. 말 안 되는 거 천지지만 결말은 해피 엔딩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노래한다. 조씨는 “그 말에 이 작품의 메시지가 다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꿈과 현실은 다르고 희망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지만, 굳건한 갈망과 열정은 결국 결실을 맺는 것 아닐까요.”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더 퍼스트 그레잇 쇼'. 한국 최초의 뮤지컬 탄생을 둘러싼 소동극에 무대와 뮤지컬 장르를 향한 뜨거운 열정, 부족하고 모자라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을 애정을 담았다. 2025.6 /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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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시카고’,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수많은 걸작 뮤지컬의 익숙한 멜로디나 시그니처 동작들이 오마주될 때마다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조씨는 “특히 뮤지컬 공연에 콜라, 피자, 스프레이 등 후원 기업들의 간접광고(PPL)를 집어넣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가장 크게 웃더라”라고 했다.
조씨가 연기하는 연출가 김영웅은 갖은 역경 끝에 어떻게든 공연을 올리는 마지막 순간 말한다. “이 쇼는 누군가에게 꿈이고, 누군가에게 전부고, 또 누군가는 전부를 잃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오늘은 우리가 처음으로 대단해지는 순간이니까요.” 조씨는 “관객들을 향해 그 대사를 할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고 했다.
“대단해진다는 말 정말 멋지지 않은가요. 배우나 스태프에게도 모든 공연의 무대는 꿈이 이뤄지는 곳이죠. 관객 분들도 보고 싶은 배우와 작품을 보고 싶은 꿈을 이루고요. 뮤지컬을 만들어간다는 것의 본질, 그런 이야기가 담긴 공연입니다. ‘큰 힘을 얻어 간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해요.”
공연은 15일까지, 6만~8만원.
☞한국 최초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1966년 10월 26일 예그린악단이 서울시민회관(현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 뮤지컬. ‘한국 뮤지컬 1호’ 로 불린다. ‘살짜기 옵서예’는 ‘살금살금 다가오세요’라는 뜻의 제주 방언.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각색해 서구식 뮤지컬 음악과 발레 기법을 접목했다. 여주인공 애랑 역으로는 1대 패티 김, 2대 김상희 등 당대의 최고 인기 여가수들이 출연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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