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중동판 라스베이거스 경쟁 치열
관광 수입·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
한국만 제자리…“당장 논의 시작해야”
인천 영종도 소재 파라다이스시티 전경 [파라다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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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대규모 복합리조트를 지으려는 아시아 국가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숙박·카지노·쇼핑·공연 등 라스베이거스식 융합형 관광 모델로 막대한 경제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국도 관광사업 도약을 위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아시아·중동은 복합리조트 경쟁 중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 국가들이 잇따라 복합리조트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30년 오사카에 첫 복합리조트를 개장할 예정이다. 미국 리조트 기업 MGM리조트인터내셔널과 일본 금융기업 오릭스가 약 10조원을 투자해 지난 4월부터 인공섬 유메시마에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다.
태국도 카지노에 소극적이던 입장을 바꿔 복합리조트 도입을 추진 중이다. 태국은 지난 1월 방콕, 치앙마이, 푸켓 등 관광지에 통합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설립해 합법 카지노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초까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복합리조트 투자를 유치하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합리조트 5곳 도입 시 연간 관광객이 3000만~4000만명 유입되고, 4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2000년대 복합리조트 산업에 뛰어든 싱가포르는 2028년까지 약 9조원을 재투자해 주요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마카오에선 관광객 유치를 위해 6개 복합리조트 업체가 향후 10년간 17조원 이상의 비(非) 카지노 시설 투자를 진행한다. 필리핀 역시 7개 이상의 대형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
중동에선 아랍에미리트(UAE)가 앞장을 섰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동 최초로 카지노 중심 복합리조트 개발에 나섰다. 미국 윈 리조트는 약 5조원을 투자해 인공섬 알 마르잔에 25만㎡ 규모 복합리조트를 건립하고 있다. 지난해 게임 라이선스를 획득해 오는 2027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관광산업 핵심 인프라로 부상
복합리조트는 숙박, 카지노, 쇼핑, 공연, 미식,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등 콘텐츠가 결합된 융합형 관광 모델로 관광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했다. 고급 문화시설과 여가공간을 갖춰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는 고부가가치 모델로 여겨진다. 카지노에서 시작해 MICE, 스포츠 경기 및 대형 이벤트를 아우르는 세계적 관광 도시가 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대표적이다.
관광객 유치, 신규 일자리 창출에 따른 경제적 효과도 크다. 싱가포르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경제성장률이 -0.8%까지 추락했으나 대형 복합리조트 ‘마리나베이샌즈’가 오픈한 2010년 14.5%로 반등했다. 마리나베이샌즈는 싱가포르의 국내총생산(GDP)을 약 1.25%포인트 상승시키는 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마리나베이샌즈가 지난해 벌어들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억달러, 순매출은 42억달러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복합리조트가 만들어져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인천 영종도 내 외래 관광객 소비액은 파라다이스시티가 개장한 2017년 4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50.6% 증가했다. 2023년 인스파이어가 영종도에 들어선 이후엔 소비액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만 아직 ‘제자리’…“논의 시작해야”
하지만 국내 복합리조트 산업은 투자 부족으로 콘텐츠 간 연결성이 미흡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카지노, 숙박, 테마파크 등 관광 콘텐츠들이 개별적으로 제공돼 해외의 대규모 복합리조트에 비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인 인스파이어도 투자금이 2조5000억원으로 해외에 비해 적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심 구조로 융합 관광이 핵심인 글로벌 모델과 차이가 있다.
외국계 리조트 기업의 투자 유치도 녹록지 않다. 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서 추진되던 복합리조트 사업이 미국 시저스 그룹 철수 이후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방치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로 인해 관광 수익도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곳의 전체 매출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약 5조8000억원)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는 내수 진작, 외화 획득 산업으로 복합리조트 육성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복합리조트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 세제·금융 지원 등 유치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K-팝 등 K-콘텐츠 경쟁력을 활용해 MICE, 공연, 쇼핑 등 비카지노 부문을 성장 모델로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인천 영종도 지역을 복합리조트 중심의 관광특화구역으로 지정해 육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복합리조트 산업이 국경 없는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며 “국내 복합리조트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중심에 규모도 작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조세 수입,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우리도 복합리조트 산업을 분석해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며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야외 수영장 모습 [파라다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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