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인덱스(DXY) 올들어 추이/그래픽=김지영 |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미국 달러 인덱스는 올들어 지난 6월 말까지 거의 11% 하락했다. 이는 1973년 이후 52년 만에 최대 상반기 하락률이다.
1973년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때로 브레튼우즈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화 가치가 자율적으로 결정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지난 10년간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인 적은 있지만 지난 6개월만큼 낙폭이 심했던 적은 없었다.
미국 달러 인덱스 6개월 이동 변화율/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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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워치는 올 들어 달러 하락이 장기 추세의 변화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월가에서 달러 가치가 내년까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들어 달러 가치 하락이 장기적인 달러 약세의 시작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제프리즈의 글로벌 환율팀장인 브래드 벡텔은 "달러 가치의 전반적인 추세는 하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달러 약세가 전망되는 이유는 첫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달러 헤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증시가 다른 어떤 국가의 증시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전 세계 자금은 미국으로 몰려 들었고 이 결과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 노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몇 년간은 미국 주식과 달러 가치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헤지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외 다른 지역의 주식도 큰 폭의 랠리를 보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아젠다를 비롯해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리스크 헤지 수요가 늘고 있다.
벡텔은 "달러 자산에 노출된 외국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계속 달러 리스크를 헤지할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선도계약 등을 통한 달러 리스크 헤지는 달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아직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채를 비롯해 미국 자산을 투매하고 있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달러 가치 약세가 예상되는 두 번째 이유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인플레이션이 현재와 같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 연준이 오는 9월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면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있다는 신호는 없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금리 인하는 미국 국채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국채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달러 약세 환경을 조성한다.
마지막으로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달러 약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단 한 번도 약달러 정책을 추구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 예를 들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 약세를 지향하느냐는 질문을 일축하며 환율은 오르내리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벡텔은 "아시아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할 때 항상 환율 문제가 언급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환율을 비관세 장벽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아떨어진다. 달러 약세는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수익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모간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특히 해외 수익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히 과소평가된 호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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