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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르포]"이번엔 동결할 줄 알았다"...최저임금에 무너지는 소상공인·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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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임금 수준인데 현실성 없어”…중소기업계, 충격파 예상


    파이낸셜뉴스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린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무더위로 인해 거리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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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월급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임금이 오르면 좋겠지만, 사업주는 인건비가 오르면 부담이 큽니다. 차라리 낮은 임금이라면 오래 일할 알바를 쓸 수 있는데 지금은 비용이 높다 보니 일손을 줄이고, 있는 시간엔 더 많은 일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생기죠.”
    낮 기온이 35도를 넘은 10일 오후 서울 남대문 시장. 이곳에서 가방도매업을 하는 김미선(34)씨는 이재명 정부의 첫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열린 제12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1만210원~1만440원)을 놓고 막판까지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다.

    최임위는 노사 최초 요구안 제시 이후 총 8차례 수정안을 주고받으며 간극을 줄여왔다. 지난 8일 열린 제10차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1만210원에서 1만440원까지의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했다. 인상률 1.8~4.1%로 최근 5개 정부 첫 해 최저임금 중 가장 낮은 인상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은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였다.

    그러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는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 이들은 심각한 경영난속에 그동안 '동결 및 구분 적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구분 적용의 경우 지난달 19일 최임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부결됐다.

    20년째 남대문 시장에서 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권희정(53)씨는 "직원 없이 1인 매장으로 운영한 지 꽤 됐다"며 "코로나 이후 6명 몫을 제가 다하고 있다. (인건비가 너무 올라) 알바를 쓰기에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매출은 코로나 펜데믹 대비 10~20% 정도 늘었지만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나 무더위 탓에 나이 많은 분들이 많은 회현역 인근은 유동인구가 확 줄어 불경기 체감도마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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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폭염이 기승을 부린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 무더위로 인해 거리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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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수(56·가명)씨는 “원래 오전·오후·야간 3명이었는데, 지금은 오전 알바 해고하고 남편이랑 둘이 운영한다. 최저임금도 감당이 안 돼서 그랬다"며 “지금 시급 1만30원도 벅찬데, 주휴수당까지 챙겨주려면 도저히 안 된다. 인하까진 못하더라도 동결은 해줘야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자영업 환경은 이미 악화일로다. 자영업자 대출은 올해 1·4분기 1112조원으로 2019년 대비 50% 넘게 늘었다.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1년 새 20만명 넘게 줄었다. 음식·숙박업 생산지수는 2023년 2월 이후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해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자영업자인 사업소득 신고자는 772만명으로 소득 평균값은 1859만원, 월 155만원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고용주가 감당하지 못하는 임금은 고용 자체를 파괴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 2일 담화문을 내고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원칙은 공감하지만, 그것이 누군가의 폐업과 파산을 전제로 한다면 이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다"라며 "노동자의 권리 못지않게 소상공인의 생존권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취약한 지불능력은 고려되지 않고 꾸준히 올라왔고, 이미 경쟁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속에서 대출연체율, 폐업자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최저임금 동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뿌리산업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의 삼창주철공업 방홍식 이사는 "주물품 단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키로그램당 그대로인데, 인건비는 날이 갈수록 올라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며 "특근이나 추가 수당까지 포함하면 결국 전체 인건비가 뛰어 제조업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지금의 최저임금은 사실상 ‘최고임금’이 됐다"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건 대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으로, 이들에게는 인건비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올해 3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도 필요하지만, 진정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것은 이런 제도를 현실에 맞게 다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중소기업 #소상공인 #임금

    jimnn@fnnews.com 신지민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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