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같은 입장서 姜 이해돼" 엇나간 동료 의식
③정치적 부담 덜한 李 희생양, 능력주의 이중잣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인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 '후보자 자격으로 나왔기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있다.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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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보좌관 갑질'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살리기로 결단한 배경에는 "여당 지도부의 의견"(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야당에서 낙마 대상으로 꼽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 후보자 두 사람 중 한 명을 포기해야 한다면, 이 후보자를 떨어트려야 한다는 의견을 최종적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강선우 살리기' 뒷배에 여당의 강력한 엄호가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 후보자를 향한 비판 여론은 임명 강행 이후 더욱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강 후보자를 지키려고 든 것일까. 여당 의원들은 "의혹만으로 사람을 내치면 쓸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발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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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갑질 의혹은 주관적?' 나머지 거짓해명은?
강 후보자 갑질 의혹이 전방위로 불거진 이후에도 여권의 대응은 초지일관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청문회에서 본인의 해명을 들어보자"는 것. 일방적 의혹만으로 섣부르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신중론으로 일관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21일 "이진숙 전 후보자는 자녀 불법 조기 유학 등 명백한 위법 행위가 드러난 반면 강 후보자의 경우 사실관계 확인 후 판단이 필요한 의혹들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이 '국민정서법'에 반한다 하더라도 의혹만으로 내친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갑질은 아무래도 좀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 "최근에는 반대된 진술도 많이 나왔다"(김현정 원내대변인)며 갑질 문제를 희석시키려는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했던 후보자의 해명이 오히려 거짓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여론의 반발을 키웠다는 점에서 여당의 방어 논리가 군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②'보좌진이 의원을 끌어내려?' 부인 못 할 특권 의식
무엇보다 강 후보자를 향해 집단적 동료의식이 발동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일부 의원들은 "같은 의원의 입장에서 강 후보자가 이해되는 측면이 많다"고 털어놨다. 가령 강 후보자의 '취업 방해' 의혹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보좌관 인선을 결정할 때 직전 고용주였던 의원에게 해당 인사의 평가를 묻는 것은 당연한 관례"라며 "평가 요청을 받을 때는 솔직하게 말해줄 수밖에 없는데, 보좌관 입장에선 부정 평가를 취업 방해라 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보좌진이 의원을 끌어내리는 듯한 선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거부감이 의원들 사이에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약자인 보좌진들의 구조적 처우 개선은 외면한 채 특정 보좌진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행태 자체가 의원들의 특권의식의 발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역 불패 신화를 깨트려서는 안 되겠다는 집단 논리가 강하게 작동했다는 '고해성사'도 나왔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전 후보자는 낙마해도 교수 신분이지만, 정치인은 이대로 물러나면 복귀 불가 아니겠느냐. 장관 한번 해보려다가 정치 인생이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③"대통령이 추천 안 했다"는 이진숙 정치적 희생양
상대적으로 이 전 후보자의 낙마가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는 점에서 강 후보자를 지키기 위한 희생양으로 활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전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제가 직접 추천한 분은 아니"라고 할 만큼, 민주당에서 '정치적 지분'이 있는 사람은 아녔다. 전교조 등 진보 교육 단체를 비롯해 여권 지지층에서도 비토 여론이 강한 것도 부담이었다. 여기에 교육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굳이 지킬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그래도 민주당과 접점이 거의 없었던 후보자라 지지층의 반대가 많았는데, 능력을 입증 못 하면서 스스로 쐐기를 박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후보자 역시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 사퇴 요구가 나왔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중잣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야당에선 "지금이라도 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이 여당의 의견을 종합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인 만큼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게 민주당의 기류다. 그동안 강 후보자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민주당 의원들은 임명 강행이 결정되자, 적극 엄호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야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이제는 야당도 대통령의 임명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후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기를 최소한만 채우고 물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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