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
인간의 삶이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되고, 디지털 세상이 현실 세계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우리는 지금처럼 더 좋은 땅,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에서는 땅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는 데다가 현실 공간과 디지털 공간을 함께 활용한다면 굳이 현실 세계에서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물론 가상 세계의 공간을 활용한다고 해서 현실의 물리적 영역 확장 욕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과 성격은 크게 바뀔 수 있다. 과거 우리는 물리적으로 제한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일으키고 다양한 생산 활동을 하며 공간을 도시화했다.
도시화를 통한 효용적 영역의 확장은 곧 부의 확대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도시화를 통해 만들어낸 효용적 영역을 물리적 한계가 분명한 현실의 공간이 아닌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한 메타버스 세계로 옮겨오면 어떨까?
메타버스 세상에서 산업이나 비즈니스 등의 업무를 수행할 도시화한 공간을 계속 만들어낸다면 인간은 과거처럼 현실 세계의 물리적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현실 세계의 공간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우리가 사는 환경은 비즈니스의 효율적 환경보다는 인간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 안락하고 편리한 공간, 전통과 자연의 멋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휴식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새로운 '우리'
메타버스 공간 상상 이미지 |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의 다중화는 앞서 설명했듯이 공간 기능의 양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는 비즈니스, 교육, 커뮤니티 등 사회 활동이 주로 일어날 것이고, 현실 세계에서는 잠자고 휴식을 취하고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위한 사적 활동이 주로 일어날 것이다.
이처럼 삶의 활동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에서 양분되면 이전까지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형성해온 공동체 의식에도 큰 변화가 예측된다. 즉, 메타버스 시대에는 인류 보편적인 개념인 국가, 민족, 계급, 정치 성향 등의 성격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새로운 디지털 가상 환경의 등장으로 인류가 역사적으로 인지해온 공동체의 개념과 성격, 영역성 등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국가, 문화, 학교, 직장 등 이미 만들어진 공동체 안에서 매우 제한된 선택권을 가지고 참여했다. 이에 비해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는 공동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의 관심사, 취향, 정치 성향 등이 반영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들의 필요로 탄생하고 개인의 자발적 선택으로 소속되는 공동체이기에 과거의 공동체보다 더욱 몰입하고 결속력이 단단해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메타버스에서는 다운-업 방식의 공동체가 매우 빠르고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확장될 것이다. 그 영향력도 기술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매우 커질 것이며, 이는 기존 사회적 공동체의 영향력을 훨씬 능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래 메타버스에서는 어떤 종류의 공동체가 생겨날 것인가? 과연 인류가 태초부터 만들어오고 절대적으로 믿었던 국가나 민족 등의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고 막강할까?
이를 지키고 쟁취하고자 치렀던 엄청난 희생들이 미래에도 필요할까?
인류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내세우며 그 힘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특히 제국주의라는 기치 아래 몇몇 강대국들은 국가와 민족의 영속적인 번영을 위해 전 세계의 식민지화를 추구했다.
로마제국, 몽골제국의 오랜 침략의 역사는 물론이고 독일 나치즘의 반유대주의,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식민지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 거의 모든 전쟁에서 민족과 인종, 국가라는 공동체 의식이 다수의 국민을 선동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했다.
다양한 디지털 공동체가 생겨나고 그 확산력과 결속력이 막강하다
미래라고 해서 현실 세계의 민족이나 국가의 개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향력에는 변화가 생길 것이다. 과거의 공동체들은 지리적 제한이 절대적 한계이므로 늘 가까운 이웃들끼리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통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과 흡사한 가상의 세계를 지리적 제한 없이 무한대로 만들어 내고, 그 안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인종과 문화, 정치와 경제 체제의 벽을 무너뜨린 새로운 국가와 계급이 탄생할 수도 있다.
이런 탈국가, 탈민족의 환경에서는 더 이상 민족과 국가라는 공동체 의식의 선동으로 절대적 수용과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미래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커뮤니티가 생성되고, 구성원의 생활 방식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게다가 소통 채널도 광범위하게 생겨나기에 지금과는 매우 다른,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의식이 생겨난다.
메타버스 커뮤니티 상상도 |
그 또한 새로운 삶의 방식일 것이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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