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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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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년 전 작고한 일본 영화 거장 재조명... '이사' '여름정원' 국내 첫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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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영화 거장 소마이 신지 열풍
    지난해 '태풍클럽' 이어 2편 개봉
    초등학생 눈으로 본 가족과 죽음
    23일 '이사' 내달 6일 '여름정원'


    한국일보

    일본 영화 거장 소마이 신지의 '이사'.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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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시엔, 기타노 다케시에 비견되는 영화 작가로서 소마이 신지라는 이름은 재발견돼야 한다.”

    일본 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소마이 신지(1948~2001)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차세대 거장으로 꼽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소마이 신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드는 일본 감독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1980년대 일본 영화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소마이 감독의 1990년대 대표작 두 편 ‘이사’와 ‘여름정원’이 각각 23일, 8월 6일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다. 이 감독의 작품은 지난해 1만 관객을 모은 ‘태풍클럽’으로 처음 소개된 적이 있는데 일본에서 시작해 유럽과 미국 예술영화계로 이어진 소마이 신지 재평가가 국내에서도 이뤄지는 분위기다. 이번에 소개되는 두 영화는 모두 소설 원작에 초등학생이 주인공인 성장영화이며 간사이 지방의 여름을 배경으로 촬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3년작 ‘이사’는 다소 기이하고 실험적인 이전 작품들에 비해 동글동글하고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소마이 감독의 2기 대표작이다. 2023년 4K 고해상도 디지털 버전으로 복원돼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복원영화상을 받았고, 이후 프랑스에서 개봉해 ‘청춘영화의 위대한 작품’이라는 극찬까지 들었다.

    한국일보

    소마이 신지 감독. 소마이 신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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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코 다나카의 소설 ‘두 개의 집’을 각색한 영화는 삼각 식탁에서 이혼을 앞둔 부모와 식사하는 초등학교 6학년 렌을 비추며 시작한다. 부모의 이혼이 가져올 후폭풍을 예감하지 못하고 아빠와 장난을 치던 렌은 아빠가 집을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삶이 180도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부모가 재결합할 방법을 찾아 가출을 시도하려다 한 차례 좌절을 겪은 렌은 엄마에게 비와호 여행을 제안하고 아빠를 몰래 불러 다시 한번 봉합을 시도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40분가량의 비중을 차지하는 렌과 엄마의 여행으로, 호텔을 뛰쳐나와 낯선 노부부를 만나고 축제의 현장을 지나 깜깜한 숲을 통과해 바다 같은 호수로 이르는 렌의 여정이다. 불과 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하룻밤의 모험을 통해 렌은 이상과 현실의 모순, 단절과 상실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통과의례를 거쳐 어른이 된다. 렌을 맡아 처음 연기에 도전해 일본 내 주요 시상식 트로피를 휩쓴 다바타 도모코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오래도록 진한 잔상을 남긴다.

    한국일보

    영화 '여름정원'. 찬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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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정원’(1994)은 유모토 가즈미의 소설 ‘여름이 준 선물’이 원작이다. ‘이사’에 곧바로 이어지는 영화지만 촬영감독과, 각본을 쓴 작가가 다르며 분위기도 사뭇 차이가 난다. 주인공은 초등학생인 세 친구 기야마, 가와베, 야마시타. 이들은 야마시타의 할머니 장례식을 계기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동네에서 홀로 사는 괴짜 노인의 죽음을 지켜보자는 가와베의 제안에 따라 매일 노인의 집 근처를 서성인다. 죽음을 가장 가까이서 보겠다며 노인이 편의점 가는 길을 따라가고 냄새 나는 쓰레기를 치워주다 급기야 정원을 뒤덮은 잡초를 뽑고 오래된 집을 함께 고치기에 이른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밤, 세 소년은 할아버지의 집에 모여 노인이 전쟁에서 겪었던 끔찍한 경험과 오래전 헤어진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여름정원’은 ‘이사’에 비해 한층 밝고 경쾌한 영화지만 가벼운 영화는 아니다. 생명력이 넘치는 한여름과 소년들의 삶 한복판에 공존하는 죽음을 비추며 아이들이 상실의 경험을 통해 소년기를 마감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연기 경험이 없는 어린이들을 기용해 연기가 매끈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꾸밈 없는 아마추어 연기의 거친 매력을 주기도 한다. 마이니치영화콩쿠르, 키네마준보, 요코하마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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