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올해 초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트럼프 이름 있다고 보도
"검증되지 않은 소문 수준의 진술"…직접적 범법행위 입증은 아니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프리 엡스타인의 이미지,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엡스타인 파일 전면 공개할 것인가?”라는 문구가 미국 상무부 본부 건물 외벽에 투사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법무부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대규모 문건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사실을 5월 백악관 회의에서 보고받았으며, 트럼프는 추가 공개를 막는 법무부 결정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21일(현지시간) 복수의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팸 본디 법무장관과 토드 블랑쉬 부장관이 올해 초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 번 등장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문건에 언급된 내용은 ‘검증되지 않은 소문’ 수준의 진술들이었으며, 불법 행위를 입증하는 근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문건에는 트럼프 외에도 수백 명의 고위 인사들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아동 포르노와 피해자 개인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법무부는 추가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 판단에 따르겠다”고 밝히며 비공개 결정에 동의했다.
이후 법무부는 홈페이지에 “엡스타인 고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추가 조사를 요청할 만한 제3자에 대한 증거도 없고, 대중에 공개할 추가 문서도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대부분의 자료는 피해자 보호와 아동 음란물 확산 방지를 위해 재판에서 비공개로 처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즉각 WSJ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본디 장관으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제프리 엡스타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부정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생일 앨범에 “매일이 또 다른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는 문구를 남긴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내용을 강하게 부인하며 WSJ와 소유주 뉴스코프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본디 장관에게 “재판부 승인 하에 배심원 증언을 모두 공개하라”고 지시했고, 법무부는 연방법원에 관련 요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배심원 증언은 연방법상 비공개가 원칙이며, 법원 허가 없이는 공개가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엡스타인 파일 비공개 방침은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자들 중 일부는 민주당 유력 인사들과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해온 만큼, 이번 결정을 “배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 하원의 마이크 존슨 의장은 관련 문건 공개를 둘러싼 논쟁을 피하기 위해 휴회를 하루 앞당기기도 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