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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2025 대한민국 경제’를 보면 시장소득 기준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OECD 2024년 12월 소득분배 데이터 베이스)은 20.2%로 OECD 평균인 26.9%보다 낮았다. 하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4.9%로 OECD 평균(11.5%)보다 높았다. 시장소득은 ‘근로+사업+재산+사적이전소득-사적이전지출’로, 처분가능소득은 시장소득에서 공적이전소득을 더한 뒤 공적이전지출을 빼 도출한다. 두 소득의 차이는 공적이전 프로그램에서 개입 여부에서 나오기 때문에 두 소득을 비교하면 정부의 복지 정책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상대적 빈곤선 아래에 있는 인구 비율을 말한다.
예정처에 따르면 이런 소득 분배 모습은 66세 이상 고령층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시장소득 기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59.1%로 OECD 평균(67.3%)보다 낮았다. 하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한국(39.7%)이 OECD 평균(14.9%)을 크게 상회했다. 예정처는 “이는 OECD 회원국들이 공적이전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빈곤을 효과적으로 완화한 반면 한국의 경우 이러한 제도를 통한 빈곤 완화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 노인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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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이전소득 및 지출이 빈곤율 완화에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서 한국은 빈곤율 순위(처분가능소득 기준)에서도 순위가 높았다. 실제 38개 OECD 국가 중 한국의 시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인구는 34번째, 근로연령층은 35번째, 은퇴연령층에서 28번째로 높아 지표가 괜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처분가능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인구는 9번째, 근로연령층은 19번째로 높았고, 은퇴연령층에서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분배지표는 올해 들어 건설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충격을 저소득층이 집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2~5분위 모두 처분가능소득이 2.7~5.9%로 늘었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3.6% 감소했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월 92만1000원에 그쳤다. 고물가에 소비지출 비용은 3.6% 증가해 135만8000원에 달하면서 1분위 가구는 43만8000원의 적자 살림을 꾸려야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는 처분가능소득이 918만원으로 전년동분기보다 5.9% 증가한 가운데 소비지출(520만4000원)은 2.1% 늘어나는 데 그쳐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이 397만6000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분기보다 11.4%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0.2% 감소했던 충격파가 취약계층에 집중됐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가 전문가 100인에게 물어 발표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명정부 국정목표 중 하나인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과제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소득재분배 기능이 크지 않아서 여전히 가처분소득(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이 선진국들 중에서 높은 수준이고 최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는 증세와 소득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가 큰 이중노동시장 구조도 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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