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업체가 미국과 관세 협상의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와, 자칫 기술 유출과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오션은 전 거래일 대비 8.44% 급등한 9만7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1년 회사가 상장한 이래 가장 높은 가격을 경신한 것이다.
이는 한화오션이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미 해군 대상 MRO(정비·수리) 시장에 진입한 바 있어 이번 관세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 덕분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HD현대중공업도 하루 만에 4.50% 오른 46만45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이곳 역시 미국 군함 제조사 두 곳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한편 이달 초에는 미국 선박회사 대표단의 방한을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인 미국 진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중공업은 개장 초반 급등했으나 이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1.27% 하락한 1만86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설계·기술 중심의 MOU 및 국제 R&D 협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미국 진출은 아직 직접적이지 않은 상태로 알려져 있다.
또한 HD현대중공업의 주요 계열사인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개장 초반의 상승세가 이내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각각 0.14%, 2.53%씩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가 미국의 부족한 조선 역량을 한국이 지원해주는 대신 자동차 등 다른 산업의 관세율 인하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주요 조선 업체가 미국 진출의 핵심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와, 자칫 영업비밀이나 설계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일본의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힘을 받았던 자동차주 역시 협상 마감을 앞두고 ‘눈치보기’ 장세에 돌입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 세율을 15%로 낮추기로 결정하자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렸으나, 유럽연합(EU)과의 무역합의 소식에는 뚜렷한 수급 흐름이 나타나지 않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무역협정을 타결한 뒤 첫 거래일인 이날 현대차는 0.92% 오르면서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일 관세협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 23일에는 외국인투자자들이 268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주가가 7.51% 뛰었으나, 이날엔 외국인투자자가 오히려 490억원어치를 팔았다.
같은 날 8.49%의 상승률을 나타냈던 기아도 28일에는 1.3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23일 1440억원어치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 120억원어치의 기아 주식을 순매도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무역 합의 이후로는 투자자들이 한국의 관세 협상 추이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모습”이라며 “거래량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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