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피해자 접촉·합의 유도, 위법 해석
대표 발언, 위력 행사로 해석 가능
보상보다, 피해 인정·보호가 우선
대표 발언, 위력 행사로 해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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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견기업 과장으로 가정도 둔 40대 여성 A다. 최근 회사 회식에서 직속상사인 50대 상무 남성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대표이사의 동생인 B상무는 회식 후 귀가하려는 나에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웠다. 이후 “회사 업무가 힘들지 않냐” 등을 물어보면서 나의 얼굴과 팔, 가슴 등을 만지고 껴안으려 했다. 내가 극구 거부해 그만두긴 했지만, 고심 끝에 회사 인사과에 추행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고소했다.
회사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B상무는 휴대전화, 회사 내선전화, 메신저 등으로 수십 회에 걸쳐 연락을 했고, 우리 가족에게 전화를 하거나 집으로 찾아와 만나달라고 요청했다. 급기야 집 문에 “법적 대립보다는 화해 혹은 합의 바람. 법적으로 가면 시간과 경제적 손해가 막중할 것이라고 생각함”이라는 취지의 메모를 붙여두고 갔다.
이후 대표이사가 내게 면담을 요구했다. 2시간 정도 진행됐는데 “회사에서 B상무를 징계하고 적절한 조치 및 보상 등을 취할 테니, 고소를 취하하면 안 되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대표의 발언이 부당하다고 느꼈다. 대표가 직접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의 요구를 듣지 않을 경우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 혹은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A: B상무가 경찰 조사가 시작된 뒤에 A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찾아와 만나달라고 요청한 행위는 성추행 피해자인 A에 대한 2차 가해이면서도, 별개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먼저, B상무가 사건 직후 직접 피해자 A씨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하고, 합의 및 면담을 강요한 행위는 ‘면담강요죄’에 해당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5조의9 제4항)은 “형사사건의 수사나 재판과 관련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면담을 강요하거나 위력을 행사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 B상무는 A씨의 거절 의사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연락·방문 등을 했는데, 이 또한 별도 고소(스토킹처벌법 위반)가 가능하다. 특히 이런 2차 가해는 A씨가 이미 B상무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상태에서 벌어졌다. 그러므로 성범죄 이후 진정성 없는 태도 등 부정적인 양형사유로 인하여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B상무만이 아니다. 대표이사는 A에게 면담을 요청해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회사 차원에서 B를 징계하고 A에게 보상도 하겠다, 그러니 고소는 취하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겉으로는 ‘설득’처럼 보이지만, 피해자 A씨는 ‘위력의 행사’로 느낄 수 있다. 실제로 A씨가 고심하는 부분도 ‘대표이사 요구를 거절하면 행여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가 연습생 한서희에게 마약 사건과 관련해 진술을 번복하라고 면담을 강요했고, 법원은 이를 면담강요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A씨 회사의 대표도 A씨의 형사절차상 권리를 침해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해당 행위는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사용자나 관리자에 의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나 정신적 고통 유발) 행위에도 해당된다. 결국, A씨는 가해자인 B상무를 면담강요죄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추가 고소할 수 있고, 대표이사와 회사를 상대로는 2차 가해와 사용자 책임을 이유로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회사는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을 인지한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할 책임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객관적 조사를 진행하며, 그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사용자의 법적 의무다. 무엇보다도,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명백한 보복 조치이며, 형사책임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직장 내 성범죄 사건은 단지 가해자의 일탈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회사의 책임도 있지만, 발생한 피해에 대하여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고 처리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사건을 원만히 처리하겠다는 의도로, 회사 또는 직장 상사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권유하는 관행이 존재하고 있지만,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될 수 있고, 현행법상 별도의 범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보상하겠으니 고소를 취하하면 안 되겠느냐’는 말이 아니라, ‘당신이 겪은 일이 부당했다는 것을 회사도 안다’는 명확한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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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언철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ㆍ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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