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김두규의 國運風水]
권력자 선영의 풍수
박정희, 김재규, 그리고 사육신
박정희 선영, 제왕지지로 불려
시해당한 뒤엔 흉지로 변해
사육신에 조상 포함된 뒤
김재규 얼마안가 교수형
사육신묘는 지세 거슬러
관악산 바라보는 하극상 풍수
서울 노량진에 있는 조선시대 사육신묘. 지금은 묘가 7기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선영은 파묘 상태다. / 김두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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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이 한 달 만에 470만 관객을 모았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긴박한 갈등을 다루었다.
권력에는 늘 풍수가 따른다. 박 대통령 집안에도 풍수전설이 있다. 형 박상희가 일본 강점기 때 길지를 구한 것이 현재 구미 상모동 선영이라는 전설부터 박 대통령 부부 묘에 이르기까지 책 한 권 분량이다. '후손이 잘되면 명당이요, 불행해지면 흉지'가 되는 법이다.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자 상모동 선영은 제왕지지(帝王之地)라 불렸다. 그가 시해를 당하자 이금치사(以金致死)의 땅, 즉 쇠[金]로 인해[以] 죽음[死]에 이르는[致] 흉지로 바뀌었다. '이금치사'는 풍수고전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말을 만들어낸 풍수사가 누구일까 궁금했다. 김재규 부장의 선영을 답사하면서 답을 찾았다. 김재규가 박정희의 신임을 받아 건설장관으로 재임할 때 일이다. 당시 풍수 손석우(1998년 작고)씨가 김 부장에게 제왕지지를 선영 자리로 잡아주었다. 그 덕분인지 얼마 후 김재규는 중앙정보부장, 즉 권력의 2인자가 되었다. "2인자가 된 김 부장은 또 다른 풍수 장용득(1999년 작고)씨에게 이곳을 자랑삼아 보여주었다. 그런데 장씨는 '3년 내에 이금치사할 땅'이라고 혹평한다. 그로부터 얼마 후 김 부장은 박 대통령을 시해하고 교수형을 당했다."('월간조선' 2015년 12월 호). '이금치사'는 장씨가 만들어낸 말이었다.
박 대통령과 김 부장 선영은 '이금치사'의 땅일까? 박 전 대통령의 구미 선영은 지금도 온전히 관리되고 있다. 김 부장 선영은 구미시 옥성면 덕촌리 뒷산에 있다. 지금은 파묘되고 흔적만 남았지만 아직도 자신의 '에고(ego)'를 드러내고 있다. 두 곳 모두 좋은 자리이다.
10여년 전 문화재청 자문 일로 서울 근교 왕릉에서 사학계 원로 한영우 교수를 뵌 적 있었다. 필자의 이름 끝이 '규(圭)'임을 확인한 그가 "백촌공 후손이오?"라고 물었다. 백촌(白村)은 김문기의 호이다. 필자가 "네!"라고 대답하자 "사육신묘에 백촌공이 안장된 것에 어떻게 생각해요?" 묻는다. "아는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가 덧붙였다. "사육신묘는 과장급(성삼문 등 당시 거사에 참여한 이들)의 무덤이라면, 백촌공은 거사 참여자 가운데 장관급이오. 장관급이 과장급 사이에 안장된 것이란 말이오!" 김재규 당시 중정부장의 힘이 작용된 안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리라.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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