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왼쪽)이 7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접견하고 있다./국회의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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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성(省) 하얼빈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언급하자 시 주석이 해제를 고려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시 주석이 지난해 12월 한국의 대통령 계엄·탄핵 사태가 발생한 이후 국내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 의장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에서는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리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한국 관련 문화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며 “문화 개방을 통해서 청년들이 서로 소통하고 우호 감정 갖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한령 언급은 피하면서도 “문화 교류는 양국 교류에 매력적 부분으로 (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우 의장 측은 밝혔다. 시 주석이 한한령에 관해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한령이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 중국이 내린 보복 조치로,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이 한미일 관계의 밀착 강화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선물을 내밀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우 의장은 하얼빈의 정무(政務·정치 행사) 접대 장소인 타이양다오호텔에서 시 주석과 회담했다. 두 사람이 앉은 자리 사이에는 극락조화, 연꽃, 국화, 난초 등을 꽂은 화분이 놓여 있었는데, 이 꽃들은 각각 강한 의지(극락조화), 긴장 완화(연꽃), 협력(국화), 존중(난초)을 뜻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이 한국에 ‘관계 개선과 협력의 강한 의지’를 전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회담은 예정된 15분을 넘겨 42분 동안 진행됐다.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회담에서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에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라며 “관련 부처와 참석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시 주석이 올해 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작년 11월 페루 리마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대해 “감사하다”고만 했다. 시 주석이 올해 방한할 경우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다.
시 주석은 또 “올해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자 한국의 광복 80주년으로, 양국은 기념행사를 잘 치러야 한다”며 “(양국은) 상호 융합되고 호혜적인 경제·무역 관계를 심화해야 하고, 이는 양국 인민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10년 전인 2015년 중국의 70주년 전승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 올라갔다. 우 의장 측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개방과 포용 정책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우 의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투자 후속 협정의 성과 도출과 양국 교역 활성화, 공급망 관리 안정, 첨단 분야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기업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작년 11월 시행한 중국의 한국인 대상 비자 면제 조치가 양국 우호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한국 또한 관련 부처가 중국인의 한국 방문 편의성 확대를 위한 조치를 깊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 의장이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보존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송환 사업에서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뜻을 전하자 “한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왼쪽)이 7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타이양다오 호텔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 주요 인사 대상 환영 오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국회의장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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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은 시 주석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면담한 두 번째 국내 고위급 인사다. 자오러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국가 서열 3위) 초청으로 지난 5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에 머물고 있고, 이날은 동계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위해 하얼빈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그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다. 공교롭게도 두 번 다 중국의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만남이 이뤄졌다.
우 의장은 이날 낮에는 동계아시안게임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대상으로 열린 시 주석 주재 오찬에도 참석했다. 중국 지도부의 의중을 반영하는 중국 국영 CCTV 신원롄보(메인 뉴스)는 시 주석과 우 의장이 가장 앞줄에 서서 연회장에 입장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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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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