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확대, 미국산LNG 수입 등
이시바 “TV에서 보던 트럼프 대면 흥분”
트럼프는 “日문명 위대” 립서비스 그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7일 진행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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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회담을 가졌다”며 “미·일 동맹이 (미국의) 황금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는 이날 일본의 대미(對美) 투자액 1조 달러 확대, 일본제철의 인수가 불허된 US스틸 투자,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일본 수출 확대, 상호 이익을 위한 관세 설정, 국방비 대폭 확대 등 여러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또 중국의 경제적 공세에 대응한 긴밀한 협력,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 재확인 등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탑티어(top tier·일류) 동맹으로 대중((對中) 견제 전선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은 트럼프가 “100% 안보 억제력을 제공하겠다” “일본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을 품고 있는 나라” “미·일은 세계에서 가장 긴밀한 파트너십 중 하나”라며 주로 수사적인 표현을 하는 데 그쳤다.
이시바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기분을 좋게 할만한 말들을 쏟아냈다. 회담 모두에 “지난해 7월 암살 시도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고, 당신이 일어나서 하늘 높이 주먹을 치켜든 것을 기억한다”며 “당신은 하나님께서 당신을 어떤 사명을 위해 구원하셨다고 느꼈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회담을 마친 뒤 양국 언론 앞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여러 성과를 바탕으로 존경하는 트럼프와 함께 미·일관계의 황금기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시바는 “트럼프를 대면한 것은 처음인데 오랫동안 그를 TV로 지켜봐 왔기 때문에 꽤 흥분되는 순간이었다”며 “매우 무섭고 강한 성격을 가진 것 같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매우 진지하고 강력했으며, 미국과 전세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오늘 회의는 매우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시바는 위대한 총리가 될 것이며 스트롱맨(strong man)이라 본다”며 “그를 존경하며, 그의 평판을 오래 전에 접했다”고 했다.
이시바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이어 트럼프가 취임 후 두 번째로 만나는 해외 정상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양자 외교에서 우방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험대로도 통했다. 트럼프는 이날 이시바 앞에서 미·일 간 무역 적자에 대해 “1000억 달러가 넘는 대일 적자를 줄이기 위해 협력하기를 원하고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음 주 ‘상호주의적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관세는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옵션”이라고 했다. 이시바는 “1조 달러를 목표로 미국에 대한 일본의 전례 없는 투자가 이뤄져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투자는 상호 이익이 된다”고 했다. 일본제철이 인수를 시도했지만 철강노조와 중서부 노동자 표심을 의식한 미 정치권의 반대로 좌절된 US스틸에 대해서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일본이 US스틸을 소유하는 대신 투자하기로 합의했고 이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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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는 미국산 LNG 수입 관련 “(바이든 정부에서) 허용하지 않은걸 트럼프가 취임식 날에 수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며 “일본은 LNG뿐 아니라 바이오 에탄올 등 기타 자원을 합리적인 가격에 미국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수입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에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개선하려 한다. 트럼프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와 관련 “일본이 곧 기록적인 규모의 LNG 수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을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근 오픈AI·오라클이 참여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최근 트럼프 정부가 일본에 대한 10억 달러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 등도 언급했다.
이날 회담에선 중국 패권주의,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현안들도 두루 논의됐다. 이시바는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공유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트럼프에 전달했다”며 “일본이 국방 역량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미국 또한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아첨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역 안정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기로 한 것은 미국이 일본에 그렇게 하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 책임과 노력을 다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이시바는 이날 한국·필리핀 등과의 3자 또는 4자 협력을 언급했는데 미국의 대중 전선에서 일본이 핵심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됐다.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인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대만해협 전반에 걸친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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