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캐즘에 제조·소재사 실적 '적신호'…"올핸 더 어렵다"
투자 줄이고 EV→ESS 전략수정…'한국판 IRA' 입법 총력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국내 배터리 제조·소재 업계가 최악의 보릿고개를 대비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2년 차에 접어들면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反) 전기차 정책 추진으로 "혹한기가 아닌 빙하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업계는 올해 1분기까지 역사적 저점을 찍고 2분기부터는 업황이 점진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회복 속도를 단정할 수 없어 당분간은 설비투자(CAPEX·캐펙스)를 줄이거나 공장 가동 시점을 미루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전망이다.
사상 첫 배터리 3사 동반 적자…소재사들도 '울상'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와 포스코퓨처엠·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코프로그룹 등 이차전지 소재 기업이 나란히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전방산업인 완성체업체(OEM)들이 재고를 줄인 탓에 후방산업인 배터리 제조사와 소재사들이 도미노 타격을 입은 것이다.
먼저 배터리 3사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첫 공동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영업손실 2255억 원, 삼성SDI(006400)는 영업손실 2567억 원으로 각각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SK온도 영업손실 3594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배터리 3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적게는 249억 원에서 많게는 3773억 원까지 받고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전기차 업황이 반등하지 않는다면 '적자의 늪'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줄줄이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402억 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는 영업손실 291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영업이익이 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8.0% 급감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도 지난해 644억 원 적자다.
국회 이차전지 포럼 대표인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 및 정부 관계자들과 ‘K배터리 퀸텀점프를 위한 이차전지 배터리 직접환급제 도입 토론회'를 갖고 있다.(신영대 민주당 의원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캐즘 밸리 버티자"…투자 줄이고 대체 매출원 집중
업계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업황이 반등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이 하반기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다만 트럼프 2기 들어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량을 축소하는 추세여서 극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생산량을 축소하며 올해 전기차 100만 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취소했다. 볼보도 2030년까지로 제시한 전기차 100% 전환 시점을 연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차 비중 50% 달성 시점을 올해에서 2030년으로 늦추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는 투자를 줄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량을 늘리는 '플랜 B'를 가동하고 있다. 데스밸리(죽음의 구간)를 넘는 동안 비용 절감과 대체 시장 확대로 체력을 비축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올해 신·증설을 줄이고 ESS용 LFP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 배터리의 북미 생산 일정을 올해로 1년 앞당기고, 삼성SDI는 ESS용 LFP 생산 능력을 20% 증량하는 한편 북미 생산 거점 확보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도 탈(脫) 전기차 전략을 수립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ESS에 들어갈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 공급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3세대 LFP 양극재 개발을 완료하는 한편 미국 생산 거점을 확정하기로 했다.
"세액공제 아닌 직접환급으로 수혈을"…'한국판 IRA' 입법 총력
배터리 제조·소재 업계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로 불리는 직접환급제도 도입을 위해서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를 기존 법인세 공제 방식에서 직접 현금 환급으로 전환하고, 국가전략기술 지정 시점 이후부터 소급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이상수 LG에너지솔루션 담당은 지난 4일 열린 국회 이차전지포럼 토론회에서 "배터리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다"며 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 등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차전지 소재 업계 관계자도 "현재의 지원 정책은 투자금에 대해 정률로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인데, 대다수 업체가 순손실을 보거나 미미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현재 상황에선 법인세도 못 내는 형편"이라며 "비용 절감과 연구개발(R&D)을 위해선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에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국내 배터리 기업은 소급 적용 시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공제액을 환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