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헌법재판소가 헌정사상 최초로 청구된 감사원장 탄핵 재판 변론을 12일 한차례로 마무리했다. 국회 쪽 증인으로 출석한 유병호 감사위원의 최측근은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소추 사유이기도 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에 대해 “완벽한 감사였다”며 자화자찬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적 지위를 부정하는 발언 △국민권익위원회장에 대한 표적 감사 실시 △대통령실 관저 이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이태원 참사,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에 대한 위법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료 제출 요구 거부 등 사유로 지난해 12월5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특히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착수부터 중간발표 과정 등의 위법성이 핵심 쟁점이었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 6월 해경과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조사 결과를 번복하고 그 이튿날 감사원은 사건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에 착수할 때는 감사위원회의 의결도 없었고, 감사원은 같은 해 10월 감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중간 감사 결과를 통해 국가안보실·국방부 등 전 정부 관련자 수사를 검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전 정권에 대한 표적성 감사이자, 이미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공개해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행태가 ‘정치감사’로서 최 원장이 헌법상 감사원장의 독립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게 국회 대리인단의 주장이다.
이날 변론에는 당시 서해 사건 감사 담당자이자 국회가 증인으로 신청한 김숙동 특별조사국장이 나왔다. 김 국장은 당시 감사를 주도한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져있다.
김 국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사원이 감사를 끝내지도 않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이를 발표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국회 쪽의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수사 요청) 시기를 조정하나. 감사가 종료됐기 때문에 그 무렵에 발표를 한 것이지, (검찰 수사 중간에) 뒤늦게 한다든가 그렇게 계산적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의사실 공표 의심을 받는 중간발표에 대해선 “감사원에서 이 사건의 중대성, 공익적 목적, 대국민적 관심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언론의 목소리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한 “정부 기관에서 (지난 감사결과에 대해) 번복 결정을 했고, (사건에 대한)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감사로, 그것을 어찌 국민에게 알리지 않을 수가 있나. 국가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당연히 알려야 한다. (감사 내용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것이) 감사원의 책무이고 감사원의 존재가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간발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최종 감사 결과를 1년여 뒤인 2023년 12월 감사원이 발표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리자 감사원이 여론몰이용으로 재발표한 것이라는 비판도 당시에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감사 중간결과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적으로) 동의가 이뤄졌다는 건 그만큼 감사가 잘 된 것이고, 튼실하고, 완벽하다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감사원이 감사위원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채 서해 사건 감사에 착수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김 국장은 “전혀 문제될 바 없다. 일부 음해세력에 의해 나온 말”이라고도 했다. 질문과 상관없이 자화자찬식 답변이 이어지자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김 국장에게 “묻는 사실에 대해서 답을 하라. 이 자리는 증인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최 원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감사원은 국가 최고 감사기구로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고 가치로 삼았다. 저는 30년 이상 감사원에 재직하면서 더더욱 이런 가치를 확고히 지키고, 법·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서 감사원의 신뢰와 전통을 지키고자 했다. 탄핵심판의 대상이 된 업무 또한 그런 원칙 하에 수행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사유는 사실과 다르거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이라 제 자신이 수긍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치적 대립 속에서 감사원장 탄핵심판이 이어지면서 장기간 직무가 정지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가발전이 기로에 있고 민생이 도전받는 위기에 처해있다.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임무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사원이 중심을 잡고 공직사회의 질서를 바로잡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무원의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독려해야 한다”며 “그러나 감사원장 탄핵 추진으로 감사원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아 감사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이 헌법이 부여한 본연의 업무와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탄핵 청구를 기각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마지막 변론으로 하고, 선고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기로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