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이 1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심의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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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아파트에 대해 4년8개월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기로 했다. 강남 집값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12일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은 다음날 공고 뒤 즉시 효력이 발휘된다.
서울시는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광범위하게 지정되고, 개발 완료된 아파트에 대해서도 매년 재지정을 반복하다 보니 거주 이전 자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많았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감소했다”고 해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에 해제되는 곳은 서울시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65.25㎢ 가운데 약 13㎢다. 대치, 삼성, 청담, 잠실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일대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이 풀린다. 해제 대상에 포함된 이 지역 아파트는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와 삼성동 힐스테이트 1·2차 등이다. 이 일대는 2020년 6월 삼성동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과 잠실 마이스(MICE) 사업이 본격화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치동 개포우성1·2차, 미도·은마 아파트, 잠실동 주공5단지, 우성1·2·3·4차 등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14개 아파트는 제외됐다. 서울시는 “안전진단이 통과된 재건축 아파트 14곳은 재건축 추진 기대에 따른 투기 과열 가능성이 있어 현재와 같이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속통합기획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123곳 중 조합설립 인가까지 끝낸 6곳도 즉시 지정이 해제된다. 서울시는 앞으로 조합설립 인가 여부에 따라 2027년까지 총 59곳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순차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관리처분 계획 인가 뒤 투기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되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구역과 공공 재개발 34곳, 투기과열지구(강남3구, 용산구) 내 신속통합기획 14곳도 지정 해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이번 해제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집값이 비싼 강남3구와 용산·성수·여의도·목동 등까지 지정이 해제되거나 해제될 수 있어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는 대지면적 6㎡의 주택을 취득하려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곧바로 최소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또 매수자의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나온 이후 해당 지역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였다. 잠실 리센츠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19층이 28억3천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한달 전에 팔린 같은 면적보다 1억~1억5천만원가량 높은 금액이다.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도 “그동안 눌려 있던 소위 잠·삼·대·청 지역으로 서초 투자 수요가 넘어가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부터 안전진단 없이 조합 설립이 가능해져 사실상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지역이 지정 해제돼 집값 상승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투기 예방을 위한 아무 대책도 없이 전방위적으로 해제해 투기 발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12·3 내란사태로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오 시장이 표심을 얻기 위해 해제 카드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채 대표는 “2023년에 부동산 거래량이 줄고 집값이 떨어졌을 때 지정 해제하지 않고 애매한 지금 푼 것은 선거용으로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관련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왔다”며 조기대선과의 연결에 대해 선을 긋고, “부동산 가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부동산 가격이 과열될 경우 재지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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