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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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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통째 납치’ 파키스탄 인질극, 36시간 만에 종료[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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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주장하는 소수민족 무장 반군

철로 폭파로 열차 세운 뒤 승객 억류

軍, 반군 30명 사살-승객 346명 구출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퀘타를 출발한 열차의 승객들이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의 공격을 받은 뒤 12일 열차 밖에 나와 있다. 퀘타=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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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최대 주(州)인 남서부 발루치스탄에서 무장 반군 세력이 열차를 납치한 채 승객들을 억류했던 사건이 파키스탄 군 당국의 구출 작전으로 36시간 만에 종료됐다.

12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군 당국은 이날 인질로 붙잡혔던 승객 346명을 구출하고 무장 반군 30여 명을 사살했다. 하지만 구출 작전 중 열차 승객이었던 군인 27명과 작전에 투입됐던 군인도 1명 사망했다.

BLA와 파키스탄 보안군의 대치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승객이 구조된 뒤 특별 열차편으로 마치역에 도착해 들것에 실려가고 있다. 마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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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파키스탄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소수민족 발루치족들로 구성된 무장 반군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이 전날 발루치스탄주 퀘타를 출발해 카이베르파크툰크와주 페샤와르로 향하던 열차를 납치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BLA는 철로를 폭파하고, 열차를 세운 뒤 승객들을 억류했다. 또 BLA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수감 중인 발루치스탄 정치범과 독립운동가 등을 48시간 내에 석방하라”고 요구하며 인질극을 벌였다. 또 BLA는 열차에 탔던 여성과 어린이, 노인 등 민간인 승객은 모두 풀어줬으며 인질로 잡은 것은 파키스탄 보안군이라고 주장했다.

발루치스탄주는 파키스탄 영토의 약 44%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지역이지만, 거주 인구는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다. 천연가스와 광물 등 자원이 풍부한 데다 전략적 가치가 높은 항만 부지들이 위치해 있다. 또 북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서쪽으로는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이 지역을 “반란, 무장 세력, 인권 침해로 얼룩진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관련 인프라 사업도 이 지역에서의 갈등에 불을 지피고 있다. 650억 달러(약 94조 원)가 투자된 CPEC는 아라비아해에 면한 과다르에 항구와 공항, 광산 개발, 발전소 건설 등을 벌이는 사업이다.

발루치스탄주의 최대 인구집단이자 1950년대부터 독립을 주장하고 있는 발루치족은 외국 자본과 손잡은 파키스탄 정부가 지역 경제는 살리지 않고 자원만 착취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BLA는 최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자국민 보호를 명분으로 파키스탄에 파병도 검토하는 상황이다.

BLA는 현재 약 3000명의 전투원이 활동하며, 최근엔 파키스탄 최대 도시 카라치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며 세력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BLA가 파키스탄 최대 무장 단체인 파키스탄탈레반(TTP), ISIS-K와 함께 세계 10대 테러 조직 중 하나로 꼽힌다고 전했다.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가 집계하는 ‘세계 테러리즘 지수’에서 지난해 파키스탄은 부르키나파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파키스탄 군이 BLA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자 BLA의 맞대응 테러도 과격해지며 유혈 사태는 점차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BLA가 퀘타 기차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여 최소 25명이 숨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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